이중적인 고속도로 휴게소

직장생활

by 해뿌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지만
남들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시간
새벽 3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젯밤 맞춰놓은 알람이 어느새
주인을 깨울 때가 되었나보다.

차로 4시간 거리에 9시 회의가 있어
1시간의 여유를 두고
회사 차를 타고 출발한다.
4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지만
운전하면 잠이 많이 오는 탓에.
중간에 잠시 눈붙일 시간은
벌어둬야 하니까.

2시간을 내리 달려 6시 쯤 됐을 때
한 휴게소에 들러 눈을 붙였다.
아직도 캄캄한 하늘을 보니
가을이 실감날 듯 하다.
무더운 여름도 지나갔나보다.

거의 한시간을 잔 걸 보니
차안에서 자는 것도 이제 편하구나.
어느새 밖은 환한 아침이 되었다.
다시 열심히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큰 문제없이 일을 마무리하고
오후 12시쯤 다시 차에 올랐다.
회사로 돌아가는 주소를 입력하니
안내메시지가 나를 반겨 준다.
안전한 운전을 하라고 한다.
운전을 안하는 게 가장 안전한데.

중간쯤 내려가서 밥을 먹으려했는데
배가 너무 고파 30분쯤 이동하고
안성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는 참 재미있다.
여러 모습들이 내 눈에 들어온다.

출장 중에 들리는 휴게소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이 보이고
나와 같은 출장인들이 보인다.
가족과 여행 중 들리는 휴게소는
생각해보니 이상하게도
우리 가족만 보였던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가족에게 집중하고
혼자 있을 때는
주변에 시선을 돌리고
귀를 기울이고 있나보다.

오늘은 덮밥을 먹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고 푸드코트의
키오스크 앞으로 갔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등심돈까스를 주문한다.
점심 시간대라 그런지
테이블이 90프로 차 있었다.
밖이 내다보이는 창가 혼밥석에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음식 교환권을 들고 슬며시 앉았다.

띵똥 103번 고객님 음식이 나왔습니다.
테이블 위에 있는 교환권을 봤더니
허기졌으면 헷갈릴 뻔 했을 108번이다.
아직 5명이나 남아있다.
마음을 내려놓고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식당의 소음때문에 밖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표정으로 충분히 그들의
대화를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 음식을 안가져 가는지
같은 번호가 3번 불렸다.
괜히 그 소리가 약간 거슬리게 들린다.
그러는 찰나 반가운 108번이 들리고
기다린 시간이 무색하게도
5분만에 먹고 일어난다.

입이 심심해 간식거리를 보다가
핫바류가 기본 4,500원인 걸 보고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저 돈이면 애들 라부부 인형뽑기
9번할 수 있는 돈인데.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들고
회사로 복귀하기 위해 차로 돌아갔다.

네비게이션에 찍힌 시간이
16시 30분이라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휴게소에서 회사로 가는 길에
여러차례 걸려온 전화에
미련없이 회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