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부모의 속도로 강요하지 않으려면

어린 상사

by 해뿌

우리 부부는 시간이 나면 대화를 좀 하는 편이다.
일하느라, 육아하느라 지친 하루를
내일을 위해 쉴 수도 있지만
최대한 오늘을 나누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다 아내 덕분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주제이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우리 주관대로
잘 키워보자라는 같은 의견에 다행히도
한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독서였다.
책의 중요성을 5년 전에 깨닫게 되어
읽고 싶다는 책은 아끼지 않고 구해주고 있다.

며칠 전 아이가 받은 용돈으로 책을 사러 갔었다.
할인을 하지 않는 서점이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알라딘 가격과 비교해 주었다.
바로 여기서 구매하는 대신 하루이틀만 기다려서
중고책을 사면 네가 원하는 책을
하나 더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돈의 크기를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하는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책의 이름을 술술 말한다.
왠지 당한 것 같다.

그리고 서점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젤리 판매점이 눈에 보였다.
방앗간을 어떻게 지나가리.
이걸 먹으면 책을 한 권 살 수 없다고 선택권을 줬다.
체감상 3초쯤 흘렀을 무렵 아이는 책을 선택한다.
속으로 깜짝 놀라고 너무 기특했지만 티 내지 않았다.
대신 책을 선택한 마음이 이뻐 젤리를 사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택 앞에서
떼만 쓰던 아이가 불쑥 자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영상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대한민국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시기와 맞지 않게 반대로 행동한다.
통제를 해야 할 어린 시기에는 한없이 풀어주고
스스로 해야 할 중, 고등 10대에 통제를 한다.

참 공감되는 말이었다.
한편으론 우리나라의 비교문화가 안타까웠다.
만약 10명 중 9명이 어떤 것을 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만 안 시킬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나도 사실 절대 단정할 수 없다.
아이에 대한 것도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는 스스로가 싫을 때도 많다.
지금도 경제적 여유가 있었더라면
해주고 싶은 게 많으니까.

한 직장에서 수십 년간 일하고
정년퇴임한 부모님 세대들이 아직까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이자 현실이다.
지금 어린아이들이 향후 직업을 최소 5회는
바꾸게 될 것이라고 한다.
나도 한 직장을 십여 년째 다니고 있는데
아이들이 직장이 아닌 직업을 선택하는 것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라는 고민은
결코 방법을 찾기 쉽지 않다.

꽤 오랜 기간 심해연구가의 꿈을 꾸었던
첫째는 이름 모를 심해생물들을
우리 부부에게 알려주었다.
언젠가 바다생물이름 이어말하기 중
하프스펀지라는 생물을 알려준 첫째에게
알려줘서 고맙다는 나의 표현에
뿌듯해하는 아이의 얼굴이 아직 맴돈다.

이제는 화석연구가가 되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또 각지의 박물관들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는 화석 도감이 있지 않을까 하며
책을 사달라고 하다가 이번에는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보겠다며
노트를 사달라고 한다.

아이 스스로 관심이 생긴 것을
도와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확실히 책인 것 같다.
요즘은 에그박사, 정브르나 슈뻘맨같은
만화책에 푹 빠져있기는 하지만
너무 우리의 속도에 맞추려고 하지 않는 게
아이의 속도와 방향을 찾게 해주는 게 아닐까.

언젠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시기가 오니
오늘은 오늘의 모습을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