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름휴가보다 길었던 추석연휴를
알차게 보내고 목욕탕을 갔다.
이사와서는 처음 온 목욕탕이었다.
남매를 키우고 있어 좋은 점은
목욕탕에 각각 한명씩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입구에서 4명 계산을 하는데,
여자 손님에게만 수건을 건네준다.
그 모습을 이상하게 본 아들이
왜 우리는 수건을 안주냐고 물어본다.
순간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길었던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 여자 손님들이 공용 수건을 많이 가져가서
어쩔 수 없이 1인당 하나 씩 주기로 했어.
- 수건은 목욕탕 꺼 아니야? 왜 가지고 갔어?
- 목욕탕 물건이 맞지.
- 그럼 화장품도 없어?
- 공용 물품들이 아마 없을거야.
- 그럼 어떻게 씻어?
- 그래서 여자들은 다 챙겨와.
충분하지 못한 대답 속에
아이의 궁금증은 계속 되었다.
남자들은 물품들을 가져가지 않는데
여자들은 집에 훔쳐간다는 걸
어떻게 좋게 표현해야 하나.
알뜰해서 가져가는 것도 이상하고.
아이 수준에 맞춰 이 현실을 알려주는 게
나의 언어 능력으로는 부족하였다.
다행히 탕에 들어가서는 물놀이하느라
정신이 팔려 더이상 묻지 않았다.
나도 어릴적 가족들과 목욕탕을 가서
비슷한 질문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 같다.
남자아이가 여자를 이해 못하는 것처럼
아내도 사실 아이의 행동을 이해 못한다.
나이 불문하고 이성간에는 이해를 하는 것보다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