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질러진 물은 닦으면 된다

by 해뿌

교회에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20년 만이었다.
당시 나이보다 더 많은 세월이 지났다.
그래도 어색하지 않았다.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네가 원래 이렇게 진지했나?'
이 한마디는 나를 과거로 보냈다.
그래, 맞다.
난 가벼운 말을 했었다.
분위기를 띄우려고,
친해지려고,
어색함을 깨려고.
나이가 들면서 무거워졌다.
입을 닫고, 귀를 많이 열었다.

말은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물도 마찬가지다.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 없다.
하지만 닦을 수 있다.
흔적을 지울 수 있다.
마를 수 있다.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다.
말은 마르지 않는다.
흔적을 지울 수 없다.
닦을 수도 없다.
아, 까먹을 수는 있겠다.
운이 좋으면.
복잡하네 정말.
그냥 많이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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