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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재계약을 하고 나면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

어떤 앱을 만들어서 사용자가 사용 후 대부분 다시 방문을 한다면 리텐션이 좋다고 말을 합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 먹어본 사람이 다시 찾아와야 좋은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나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


부동산에는 리텐션 같은 건 없습니다. 부동산, 택시 기사 등등...

1회만 이용하고 떠나는 손님들.

리텐션이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고객들에게도 소홀하게 합니다. 어차피 떠날 사람들인데 뭐.


잘 생각해보면 부동산에도 리텐션이 있기는 합니다.

재계약해주는 세입자들.

제가 건물을 사기 전부터 살던 세입자가 있습니다.

첫 해에 저와 계약했던 다른 세입자는 아직까지도 살고 있고요.

재계약률도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재계약이 아니라 진짜 우리 집을 다시 찾아온 세입자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살다가 이사를 가고 몇 년이 지나서 다시 찾아온 세입자.

와, 이건 찐이잖아?

지금까지 이런 일이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반갑고 신기한 마음입니다.

와, 시간 참 빠르네.

그래도 우리 집이 나쁘지는 않은가 보다.

내가 그럭저럭 잘하고 있나 보군.


계약서를 쓰기도 편합니다. 설명해줄 것도 없습니다.

거의 읽어보지도 않고 사인을 합니다. (물론 하루 전 날에 PDF로 미리 보내주긴 했지만)

신뢰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한 편으로는 마음이 착잡합니다.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

돈 많이 모아서 더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좁은 원룸 방에서 1,2년 살면 됐지 10년 가까이 사는 건 좀 슬프잖아.


요즘 청년들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어쩌면 그런 한 면을 본 것은 아닐까? 반갑고 기쁜 마음 뒤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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