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하는 날

나 그리고 부모님의 소중함

by 다채로um

이빨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이빨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너무 깊이 썩어서 뿌리를 살릴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엄청 아팠을 텐데 통증을 못 느꼈냐는 말에 그동안 내 몸 하나쯤은 이라고 생각하며 먹어 왔던 진통제들이 떠올랐다.

괜찮다며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먹었던 약들 그리고 그 부작용으로 난 이가 썩어가는 줄도 몰랐다.

결국 난 발치 날짜를 잡았다.

발치하기로 한날, 나는 치과 의자에 누워 입안에 마취약을 맞았다.

찌릿한 감각에 얼굴이 찡그려졌다.

치과 의자에 앉아서 마취약이 퍼지길 기다리고 있자니, 별의별 생각이 다 떠 오른다.

생각의 중심에 눈 앞의 앙상한 엑스레이 사진이 보인다.

삭막해 보이는 사진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두툼한 내 겉껍질을 거둬낸 모습이라니 언제 봐도 낯설다.

그 모습 뒤로 그동안 돌보지 않았던 내 몸이 보이는 듯하다.

아팠지만, 작은 통증이라고 생각하며 미루고 또 미루다가 결국 여기까지 와 버렸구나.

30년 이상을 내 몸을 소중히 대해 주는 부모님의 보살 핌으로 편하게 살다가 내 자식이 생기니 내 몸보다는 자식들 건강, 내가 입는 거보다는 자식들 입는 거, 내가 먹는 거보다 자식들이 먹는 걸 먼저 생각하고 챙기다 보니 내 몸의 고통은 잘 보지 않았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다.

본인 몸 망가지는 거 모르고 내 자식 입 속에 하나라도 더 넣어 주려고 하셨다.

나는 늘 부모님의 그런 모습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자신들 챙기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런 내 모습이 부모님의 모습과 어느 순간 닮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친숙 해 졌음에도 늘 내 새끼들 아프지 말라고 잘 지내라고 응원해주고 보듬어 준다.

이제부터 라도 내 몸도 소중히 하고 부모님도 소중히 대해야겠다.


사랑해요.

어머니, 아버지 이제부터라도 건강 잘 챙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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