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건 잘못이 아닌데,.. 속상해해서 미안해.
오늘 아이 손을 잡고 병원을 다녀왔다.
지난번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서다.
진료실 들어가기 전 얼마나 마음이 싱숭생숭한 건지.
그래도 아이랑 분발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료실에 들어간
나에게 의사 선생님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지체" 이 말 뿐이었다.
무감정한 목소리로 "약물 치료하실래요? 아님 등급 서류 $%###..."
그 뒤로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냉담한 현실이었다.
주변에 지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속으로 안도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순수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아이를 이끌고 진료실 밖으로 나오니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머릿속으로 지난 시간들을 훑어가며,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미친 듯이 찾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는지 아이가 나를 흔들었다.
"엄마, 왜 그래?"
"응? 엄마 생각했어."
"무슨 생각?"
나는 아이를 보며
"사실 엄마도 잘 모르겠어."
그러자 아이는 집에 가자고 재촉한다.
"엄마도 가고 싶지만, 선생님이 조금만 기다려 달래. 지루하지? 힘내서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그렇게 20분을 더 기다려서야
검사 결과지를 챙겨서 나올 수 있었다.
주차장 공사로 인해 차를 두고 왔기에, 어린이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둘째 아이를 생각하며 발걸음을 서두른다.
지하철역 플랫폼에 들어서니 열차가 20분 연착이 됐다.
열차를 기다리고 있자니 다시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가 나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미안해. 잘못했어요."
난 갑작스러운 아이의 말에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응? 왜? 미안해. "
"그냥 미안해."
"누가 잘못했다고 말했어?"
"엄마가 잘못했다고 하는 거 같아."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엄마가 그랬구나. 미안해. 넌 잘못하지 않았어. 엄마가 미안해."
"응."
그렇게 집에 와서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나에게 미안해하던 아이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느린 건 잘못이 아니고, 선천적인 시스템의 문제도 잘못이 아닌데, 나는 평범한 아이들의 틀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이유도 그토록 마음 아파하고 속상해했던 게 너무나 미안했다.
오늘은 아이에게 미안해 소리를 들었지만, 내일부터는 아이에게 아이 잘못이 아닌 일로 미안해 소리를 듣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정신 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