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어머니가 내편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과정
올해로 결혼 11차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 나에게 어머니는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분 오직 한 분뿐이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남편을 낳아주고 키워주신 어머니를 알게 된 후
나의 세상은 묘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신혼 초 어머님은 빨간 머리 삐삐를 떠올리게 했다.
사방 어디로 튈지 예측이 안되었고, 어떻게 대처할지 알 수 없어 전전긍긍했다.
어머님은 오랜 직장생활로 본인을 가꾸고 사랑하는 법을 알고 계신 분이었다.
나에게 아이들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가꾸고 아끼라는 말을 하신다.
나는 그런 부분이 생소하고 어색하게 느껴졌으나 지금은 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조언이라는 것을 말이다.
결혼 후 바로 찾아온 큰아이라는 기적을 마주 했을 때 조리원이라는 곳을 알아보고 갈 수 있게 배려해 주시고 친정 부모님의 여행 중 갑작스러운 분만에 혼란스러울 때 손 꼭 잡고 호흡해 주고 정성껏 미역국도 끓어서 주셨던 어머님
큰애 출산 후 조리원에서 이름도 정해지지 않았던 아이의 이름을 세상이 떠나가라 사랑스럽게 불러
조리원 엄마들을 웃음꽃을 받게 해 주신 어머님
기관지가 좋지 않은 며느리 도라지를 담아서 보내주신 일
매년 신랑생일은 안 챙겨도 며느리 생일이며 아이들 생일 챙겨주시는 일
지금도 아이들 고기 못 먹을까 봐 고깃값을 보내주시는 어머님
그렇게 결혼 후에 맞이한 어머님과 나 사이에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며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랑하며 잘 지내봐요. 어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