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이 : 낯선 곳에서 만난 나(3)
서로 다른 차이를 이해하기
금순이는 낯선 환경과 문화 속에서 처음 겪는 새로운 경험 가운데 느끼고 생각한, 일상 속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적어봅니다.
# 등교
미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8월 말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면서 배정된 스쿨버스 승차 시간을 듣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네?? 6시 30분이라구요??!!”
우리 집이 스쿨버스 첫출발 지점이라 탑승 지점이라 시간이 빠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탑승시간이 너무 빠르다.
한국에서 그 시간은 초등 아이들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새벽인데, 아니 고3 학생도 아니고, 초등학생이 그렇게 이른 시간에 스쿨버스를 탈 수 있는 걸까? 그러려면 초등학생들이 6시에는 일어나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한가? 왜 그러는 거지? 참으로 당황스럽기도 하고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학교에 등교하는 첫날, 우리 아이는 아침 6시에 일어나지 못했다. 스쿨버스를 타야 하는 6시 30분이 다가와도 일어나지 못했다. 한국에서 7시에 잠에서 깨던 우리 아이는 미국에서도 7시가 거의 다 되어서 일어났다.(참고로 한국에서 아이의 친구들은 아침 8시에 일어나서 등교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했었다.) 결국 아침에 우리 차로 아이를 학교까지 태워다 줬다.
나는 우리 아이가 스쿨버스를 타지 못한다고 말하려고 얼른 뛰어나갔다. 그런데 이제 갓 학교에 입학하는 것처럼 보이는 어린 동생을 포함하여 초등학생들이 졸려 보이는 힘없는 모습이 아니라, 아주 상쾌하고 좋은 컨디션으로 보이는 즐거운 모습으로 나와서 스쿨버스를 타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 모습이 충격이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한국에서는 고등학생들의 등교시간이 8시 또는 8시 10분이고, 중학생은 8시 30분, 초등학생은 8시 40분-9시에 등교였다. 학교별로 등교 시간이 약간 다르지만, 초중고 학생 중에 가장 큰 학생들이 가장 먼저 등교를 하고, 가장 늦게 하교하는 시스템이다.
미국은 워낙 주(state)가 많아서 주별로 다르기도 하고, 같은 state 안에서도 도시 또는 지역구(county)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바로 옆의 인근 도시만 해도 한국과 비슷하게 초등학교는 9시까지 등교였다. 그런데 내가 거주하는 도시는 도시 안의 모든 초중고의 등교 시간이 동일하다. 초등학교는 7시 20분-45분까지 등교 시간이고, 7시 50분에 수업이 시작한다. 중학교는 8시 25분에 수업 시작, 고등학교는 8시 55분에 수업 시작이다.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시스템과 시간과 순서가 완전히 반대였다. 도대체 가장 어린 꼬맹이 초등학생들이 왜 이렇게 빨리 학교를 시작하는 거지?
# 하교
한국에서는 3월 새 학년 첫날은 급식이 나오지 않고 일찍 끝나는 날이다. 워킹맘인 나는 등교 첫날 아이의 점심식사와 오후 일정을 챙길 수 있도록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날이다.
미국에서는 새 학년 첫날부터 평상시와 같이 2시 30분에 끝났다. 게다가 새로 입학하는 1학년의 적응 기간도 없고, 학년별로 학교 끝나는 시간이 다르지도 않고 학년과 관계없이 모두 같은 시간에 학교 일정이 끝났다. 특히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꼬맹이들이 학교에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도 유치원 시기에는 종일반까지 하면 5시에 하원했었다. 오히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1학년은 훨씬 일찍, 12시도 안 되어 끝나서 일하는 엄마들은 발을 동동거렸다. 초등 입학과 동시에 육아휴직도 많이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기도 하고, 아무튼 초등 저학년은 육아에서 고난의 시기이다.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초등학생도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7시간, 중학생도 7시간, 고등학생도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7시간이다. 즉, 고등학생이나 학교에 머무르는 총시간이 거의 비슷하다! 일찍 등교하면 일찍 끝나고, 늦게 등교하면 늦게 하교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럼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이나 수업 시간이 거의 같은 것인가?
고등학생이 초등학생보다 더 많이 배워야 하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 내 관념으로는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드는데... 반드시 꼭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초등학생 저학년은 4-5시간, 고학년은 5-6시간, 중학생은 7시간, 고등학생은 8시간 동안 학교에 머무는 셈이다. 그리고 요일에 따라 하교 시간이 달라서 그 이후의 일정이 헷갈리지 않게 주의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도시는 요일과 관계없이 등교일에는 등교 시간과 하교 시간이 매일 일정하다. 그건 아마 스쿨버스를 타고 하교하기 때문에 학년과 요일에 상관없이 하교 시간을 동일하게 맞춘 것 같다.
# 등하교 방법
우리 아이는 새 학년 첫날 아침 등교 때 스쿨버스를 못 탔지만, 하교 때에는 학교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오도록 했다. 스쿨버스가 3시 10분쯤 도착 예정이라고 해서 3시가 되기 전부터 미리 나가서 기다렸다. 그런데 3시 30분이 되어도 스쿨버스가 오지 않았다. 3시 45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아마 첫날이라 탑승 인원도 노선도 새로 확인하고 동선과 시스템이 정리되지 않고 어수선해서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렸던 것 같다.
“스쿨버스가 만화나 책에서 보던 거랑 진짜 똑같다! 정말 신기하지 않아?”
나의 질문과 달리 처음 스쿨버스를 타 본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우선은 스쿨버스를 타고 아이가 아직 전혀 모르는 동네를 이리저리 다니는 것이 낯설었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 등교 첫날이라 긴장하고 피곤했을 테고, 그래서 스쿨버스 잠이 들었는데 여기가 어딘지, 언제 내리는지 몰라서 자다 깨다 반복하다가 혹시 내리는 곳을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불안했던 것 같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가 보일 때에야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학원버스 같은 셔틀버스를 타면 기사님 뿐만 아니라 승하차를 도와주시는 도우미 선생님이 한 분 더 같이 탄다. 그런데 스쿨버스에 기사님만 있어서 기사님이 운전도 하고 내리는 아이들 이름도 부르고 열일을 하신다. 시간도 훨씬 더 많이 걸릴 테고 안전한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 말이 미국 스쿨버스에는 안전벨트가 없어서 불안하다고 한다. 스쿨버스에 안전벨트가 없다고?? 스쿨버스 자체는 굉장히 안전하게, 튼튼하게 만들어졌다고는 하는데.. 습관처럼 몸에 밴 안전벨트를 안 맨다고 하니 놀라웠다.
무엇보다 스쿨버스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신경 쓰였다. 스쿨버스 타는 시간이 30분 이내만 되어도 어떻게든 태우려고 했을 텐데.. 40-50분이나 걸리니 왕복하면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게다가 하교 후에 방과 후 활동을 하는 곳이 거의 다 학교 근처이고 어차피 차로 태워가야 하니 스쿨버스를 탈 수 있는 날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래서 스쿨버스는 세 번의 탑승 경험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Bus rider에서 Car rider로 바꾸었다. 그래도 우리 아이는 스쿨버스를 타 본 사람이다!
아이 학교를 보니 등하교 방법이 세 가지였다. 각각을 Walker, Bus rider, Car rider라고 불렀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인지 초등학교까지 거리가 내 기준으로 멀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는 대부분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에 배정을 받는다. 그런데 미국은 초등학교까지 거리가 멀어서 차를 타고 가는 경우가 많다. 1마일(=1.6km) 또는 1.5마일(=2.4km) 이내의 거리는 스쿨버스가 운행되지 않는다. 그중에 아이가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는 walker이고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하는 경우는 bus rider이다. 학교까지 거리가 가까운 편이어도 거리가 1km가 넘어서 아이가 걷기 힘든 경우, 또는 스쿨버스가 오지 않거나, 우리처럼 스쿨버스와 차로 라이딩의 시간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는 부모가 차로 데리고 다니는 car rider이다.
car rider가 꽤 많다 보니 미국 학교는 부모가 아이를 내려주거나 태워오는 장소가 잘 되어 있다. 그리고 하교 시간에 학생들을 안전하게 승하차하도록 돕는 것이 교사의 업무 중 한 가지이다. 보통 비담임 교사들이 그 역할을 한다. 초등학교까지 거리가 대부분 500m-1km 이내이고,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라는 말이 있는 곳에서 지내다가 학교 안에 차가 들어와서 다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
# 서로 다른 차이 안에 깃든 생각
아이가 등교 후 친구들을 사귄 후 어느 날 말했다.
“엄마, 내 친구 Y는 저녁 7시에 잔대요. 그리고 J는 7시 30분이 자는 시간이래요.”
“뭐라고? 진짜?”
그 말을 들을 때, 우리 집은 저녁 7시가 저녁밥 먹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친구들은 자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빨리 잘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취침 시간이 내 생각보다 더 빨랐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2-3학년이면 저녁 7시에 학원에서 돌아오는 날도 있었고, 수영은 저녁 7시에 시작해서 저녁 8시에 끝나기도 했었다. 초등 4학년 이상부터는 저녁 9시 이후에 끝나는 학원도 있다고 알고 있다. 저녁 7 시대에 잠이 드는, 우리 아이의 미국 친구들이 들으면 정말 깜짝 놀랄 이야기이다. 아마 미국에서 초등학생이 그렇게 하면 혹시 아동학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는 저녁 10시가 돼서야 자는 날이 많은데 그러니까 일찍 못 일어났지만.. 미국 어린이들은 그렇게 일찍 잠을 자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겠구나! 그래서 그렇게 이른 아침에도 활기차 보였구나.
그리고 아이 친구 엄마가 만나는 약속을 아침 8시에 만나자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대도시가 아니라 그런지 대체로 하루가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나는 느낌이다. 많은 미국 어린이들이 밤에 잠을 일찍 자고 많이 자니까 아이들이 키도 쑥쑥 자라나 보다.
왜 여기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일찍 등교하지? 이게 굉장히 의아했던 부분이었다. 그것은 미국에서는 사회적 규범이 어린아이를 집에 혼자 두면 안 되니까, 맞벌이 가정의 경우에 가장 어린 초등학생을 먼저 안전하게 학교로 등교시키고 그 후에 부모가 출근 준비하고 회사에 간다고 한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과 같은 큰 학생들은 아침에 부모가 출근 후 잠시 혼자 집에 있다가 등교하는 것이 가능해서 등교 순서가 초-중-고 순서라고 한다. 그러므로 아침에 초등학생을 먼저 등교시키는 것이 맞벌이 가정과 어린 초등학생을 위한 배려의 의미였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새로운 관점이었다.
그리고 아이 친구 엄마 말로는 여기는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그게 매우 심각한 수준이 아니어도 기상 문제로 인해 스쿨버스가 못 다니거나 등교를 못 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갑자기 휴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것이 학교에 등교를 못 하는 친구가 피해를 입지 않고, 공평해지는 배려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어떤 생각이 더 좋은가? 또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내가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이 새롭게 다가왔다. 사람들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이 다르기에 사람들의 관점이나 생각은 참 다양하고, 그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서로 다른 모습을 만들어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