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쿠키를 판매하라구요? 걸스카우트 쿠키와 fundraising 문화
금순이는 낯선 곳에서 새롭게 접한 일상 생활 속의 소소한 경험들과 문화 차이에 대한 생각을 적어봅니다.
# 걸 스카우트 쿠키?
아이가 미국에 잘 적응하고 여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걸스카우트에 가입하였다.
그런데 걸스카우트에서 걸 스카우트 쿠키를 판매한다고 하는 것이다.
걸 스카우트 쿠키는 뭐지? 그런 걸 왜 아이들이 판매하지?
인터넷과 유투브로 걸 스카우트 쿠키로 검색해보니 다음과 같이 걸스카우트 아이들이 부스에서 쿠키를 판매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나왔다.
걸 스카우트 쿠키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일년에 딱 한 번 부스에서 여러명이 함께 쿠키를 판매하는, 일회성 행사로 생각하고 이해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것은 완전히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쿠키를 미리 선주문을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주문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개인 판매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한국이라면 가족이나 친척, 친구 등 지인 판매를 생각해 보겠지만..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고 아는 사람도 없는데 막막했다. 나는 간신히 30개 정도 선주문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쿠키를 주문하는 단위가 100개, 200개 이런 식으로 생각보다 단위가 커서 놀라웠다. 어떻게 쿠키를 그렇게 많이 팔지?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걸 스카우트 쿠키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기네 동네에도 아이들이 초인종을 딩동하고 쿠키를 팔러와서 자기도 몇 개씩 사준다는 것이다. 걸스카우트가 방문해서 판매한다고?? 아이들이 일회성 행사로 부스에서 쿠키를 판매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나는 걸스카우트 아이들이 방문 판매로 쿠키를 판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방문 판매를 한다는 것은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아이들이 쿠키를 판매한다는 것도, door to door로 방문 판매까지 한다는 것도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에 1-2년 단기 비지팅으로 온 주변의 한국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나오는 말들은 다음과 같았다.
'아이들에게 다단계 판매를 시키는 것이 아니냐?',
'그 쿠키를 판매해서 수익을 가져가는 주체가 어디냐?'
'경제적 이득을 보는 기업이 있는 것이 아니냐?"
결국 왜 아이들이 그런 것을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쿠키를 판매에 참여하다
미국에서 걸스카우트 쿠키는 자연스러운 문화적 아이콘의 한가지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 걸 스카우트 쿠키는 해마다 새로운 맛이 1-2가지 정도 출시되면서 쿠키 종류가 조금씩 바뀌는데 올해 걸 스카우트 쿠키는 다음과 같다. 아이의 친구들이 걸스카우트 쿠키가 맛있다고 이야기해줬다고 한다.
어쨌거나 우리 딸은 걸 스카우트이나 쿠키 판매에 함께 참여하였다. 지난 주 토요일에는 상가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는 어린이 수영장 앞에서 미리 허가받은 부스를 운영하면서 걸 스카우트 쿠키를 판매하였다. 수영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은 달달한 쿠키가 얼마나 먹고 싶을까? 입지가 좋은 것 같다. 일부러 쿠키 부스를 피해서 아이를 데리고 가는 부모도 있었지만 체감상 절반 정도는 쿠키를 구입하였다.
또한 우리 딸이 학급에서 친한 친구가 엄마와 같이 일부러 걸 스카우트 쿠키를 사러 부스에 방문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 친구도 이전에 걸 스카우트였다고 한다.
상가 지역의 주차장에서 쿠키 부스를 홍보하면서 일부는 Drive Thru로 판매하였다. 어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오셔서 우리는 쿠키는 필요없고 쿠키 값을 기부(donation)한다면서 쿠키 한 개 가격인 5달러를 주고 가셨다. 어떤 사람은 차를 타고 가다가 일부러 차를 세우고 내려서 쿠키를 사기도 하였다. 또 일부 어른들은 자기도 어릴 때 걸 스카우트였다면서 추억에 젖은 표정으로 쿠키를 사가면서 격려해주었다.
그날 2시간 동안 230개 넘는 쿠키를 판매하였다. 우리 딸은 무언가를 판매하는 경험 자체가 처음인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다음날 우리 딸은 따로 개인 판매용으로 수레를 이용하여 걸 스카우트 쿠키 가판대를 만들고 꾸몄다. 그리고 용기 내어 동네에서 처음으로 걸 스카우트 쿠키를 판매했다. door to door는 하지 못하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 main street을 걸어가고 있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걸스카우트 쿠키를 사 주었다. 어떤 사람은 추가로 기부( donation)라면서 1달러를 더 주기도 했다.
잠깐 30분 나갔다가 쿠키 11개를 판매했다. 나에게는 이런 일이 너무너무 신기했다. 미국 사람들은 어린이가 쿠키를 파는 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쿠키를 판매하는 아이에게 호의적이고 가능하면 1-2개라도 사주었고 아이를 격려해주었다. 한국 사람들이 아이들의 쿠키 판매에 대해 들었을 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과는 너무나도 거리감이 있었다. 마치 어릴 때 한번쯤은 쿠키를 팔던 추억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런 모습이 정말 신기하다!
# fundraising(기금모금) 문화
이렇게 걸 스카우트 쿠키를 판매한 수익금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어떻게 사용되는 것일까?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대략 들은 바로는 하나의 걸 스카우트 단위를 troop이라고 부르는데 troop이 판매한 쿠키 수익금은 해당 troop이 캠핑을 가는 비용으로 사용하거나 걸 스카우트 운영 비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리고 쿠키를 많이 판매한 걸 스카우트 어린이에게는 쿠키 판매 개수에 따라 상품이 있다.
즉, 걸스카우트 쿠키를 판매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걸 스카우트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활동에 걸스카우트 어린이들이 스스로 버는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어릴 때부터 fundraising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릴 때 돈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게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과외 알바를 했었는데, 주변 친구들이나 주위의 사람들은 부모님이 알바할 시간에 너의 공부를 하거나 다른 것을 즐기라고 해서 알바를 안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대학생이면 성인임에도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라는 인식이 강해서 학생이 스스로 돈을 버는 것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의 영향인지 돈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게 바라보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펀드레이징이 일상적이지 않고 일반 사람들에게 기부하라고 하면 뭔가 마음이 불편해진다.
반면에 미국은 문화적으로 더 어릴 때부터 이렇게 물건을 판매해서 돈을 벌어보는 경험을 호의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격려하는 것 같다. 요즘 아이와 함께 읽었던 세계의 갑부인 빌게이츠 이야기에서도 중고등학생 때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벌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미국은 어릴 때부터 경제 관념 또는 기업가 마인드를 심어주고 길러주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이의 학교에서도 PTA(학부모회)에서 펀드레이징 활동을 꽤 많이 하여 기금을 모금하고, 더불어 원하는 사람은 기부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 같다.
나도 어릴 때부터 이런 문화에서 컸으면 혹시 기업가의 꿈을 키웠을까?^^
걸 스카우트에서 말하는 쿠키 프로그램의 목표는 다음과 같이 5가지이다.
1. Goal setting(목표 설정) - 쿠키를 얼마나 팔지, 어떻게 팔지 목표 세우기
2. Decision Making(의사 결정) -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쿠키를 팔고 번 돈으로 무엇을 할지 의사 결정하기
3. Money management(돈 관리) - 예산 세우기, 주문받기, 돈을 다루는 법, 용돈 버는 법 등 익히기
4. People skills(대인 기술) - 고객에게 말하는 법, 팀으로 함께 활동하는 법 등을 배우기
5. Business ethics(기업 윤리) - 쿠키 프로그램의 모든 단계에서 정직하고 책임감있게 행동하기
걸 스카우트 쿠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우리 아이가 쿠키 판매 프로그램의 순기능인 위의 다섯 가지의 목표를 잘 달성하고 어릴 때부터 현실 생활 속에서 경제 개념을 잘 배웠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