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순이 : 나의 생존 치트키(3)

죽음 그리고 나

by 일주일의 순이

세 번째 치트키는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변치 않을 것 바로 죽음입니다.




이제껏 살면서 죽음을 딱 2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이게 제 나이 마흔 또래 평균보다 적게 생각해 본 걸까요.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정말 실천에 옮기려고 할 때

죽는 게 차라리 낫겠구나 그런 생각을 할 때서야

비로소 삶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봄 되어 꽃피면 이내 시들고

살아있는 모든 것 들은 태어나면 죽게 될 운명으로

탄생 그때부터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나아갑니다.

가진 것이 무어든 능력이 어떻든

죽음은 공평하게 모든 이에게 찾아오네요.

천하를 호령하던 진시황도 불로장생을 꿈꾸며 죽기 살기로 불로초를 구하려 노력했지만 49세로 그 생은 끝났죠.


지난날 막상 너무나 내 삶이 버거워 감당할 수 없고

차라리 먼지처럼 사라지자 생각해서 죽음을 정말 가깝게 떠올려보면 이상하게도 고민하던 그 삶의 무게가 천천히 덜어지더랍니다. 어차피 죽을 건데 놔두자 어차피 도리 없으니 그냥 제치자. 어쩔 수 없어.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참 억울합니다. 당장 죽는다고 하면 생각나는 게 나는 어찌 살았는가. 자신이 어찌나 애잔한지요.

그래서 죽음을 생각한 이후로 나에게 선물 데이를 주 1회 혹은 그게 힘들면 한 달 1회라도 줍니다.

그날은 나와의 데이트예요.

그게 뭐 대단한 것은 아니에요.

저는 생겨먹기를 느끼는 행복의 역치가 낮고

시간이 억만금보다도 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나와 온전히 만나는 하루 그거면 족합니다.

그리고 라테 한 잔이면 충분해요.

이왕이면 꼭 커피를 가져다주시는 곳으로 갑니다.

그 사소한 차이가 위로를 주기에 꼭 그러는 편이에요.

그 누가 저를 위해 커피를 만들어 손수 앞까지 가져다준답니까! 흔치 않은 기쁨이죠.

이 까페는 저희 동네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곳이에요 그 사진에 친한 선생님께서 선물이라고 캘리까지 입혀주셨지요 (출처:blog.naver.com/gariyoung)

그리고 걸어요.

여러 곳을 다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갔던 곳 한결같이 걸어도 계절별로 늘 다름을 보여주기에 동네 근처 걸어서 가기에 지치지 않는 곳만 하염없이 걸어요.

그러다 보면 내가 왜 죽어 살아내야지.

그까짓 거 다 잊어버리고 살자.

노력해도 안되면 할 수 없지.

자동치유가 됩니다.

너무 깊이 힘들어하지 마세요. 아무런 이유 없어요.

그냥 벌어졌을 뿐이에요. 내 탓이 아닌걸요.


죽음을 마음에 담으면서 변하게 된 것이 더 있어요.

남에게 관심이 아예 사라집니다.

사회적 무관심이라고 하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타인의 삶의 모양에 무관심하게 되는 겁니다.

이게 너무나 편하고 좋아요.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그래야 하고 다 필요 없어요.

나는 내 기준과 내 가치로 서는 겁니다.

당장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내 삶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 하기도 바쁘고 그조차도 모르고 지나치는 삶인 것을요.

인간이 죽을 때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나의 삶이 아닌 주위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래요. 세상에는 꼭 누려야 할 것도 가져야 할 것도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할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내 삶이고 내 몫인걸요.

죽음으로 오늘도 한 발자국 가깝게 다가간 것 인걸요.

그 소중한 하루에 타인을 절대 끌어들이지 마세요.


사랑과 이별도 한 끝 차이 이듯

삶과 죽음도 한 날 한 순간 찰나로 바뀝니다.

사나 죽으나 똑같지.

내일 죽어도 그뿐이야 쉽게 말할 수는 있어도

정말 죽음을 생각하면 남아질 내 새끼들 내 가족이 눈에 밟혀서인지 미련에 사무쳐서 무섭기 마련입니다.

아직 조금은 더 살고 싶다는 반증이겠지요.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나의 중심을 보고

소중한 내 하루 나의 순간을 온전히 누려서

훗날 죽음에 이르렀을 때 그래 너 잘 살았구나!

너 후회 없이 잘 살아냈구나! 생각하려고요.




죽음이라고 마냥 슬픈 것도

삶이라고 마냥 기쁨도 아닌 것을

너무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기보다

눈앞의 흐르는 강물에 모든 짐 내려놓고

나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세요.

이왕 살아있는 오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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