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이 : 찐 P의 정리생활 (3)

힘들구나! 정리생활

by 일주일의 순이

핸드폰이 느려졌다. 핸드폰을 바꾼 지 만 2년이 넘었으니 그럴 때도 되었다. 하지만 또 하나 메모리가 가득 차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경고 문구도 자주 받았다.



메모리는 256GB다. 그 전 핸드폰은 128GB였다. 2배나 많으니 그 전 데이터를 그대로 옮겨도 충분할거라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나는 이미 128GB에 128GB용량의 외장메모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새 폰으로 바꿀 때 당연히 외장메모리를 삽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없어지다니.



잠깐 동안은 괜찮았다. 다시 아이들 사진과 동영상으로 메모리가 채워졌다. 메모리 용량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오면 그때 그때 불필요한 어플이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어플, 그리고 일회성 사진들을 지웠다. 전체적으로 꽉차고 지저분한 집을 정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눈에 띄는 쓰레기만을 처리하며 버틴 샘이다.



찐 P는 어딜가나 똑같구나! 집이나 차나 가방속이나 핸드폰이나 모두.

메모리의 정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새로 핸드폰을 바꾼다 해도 이사 전 꽤 많은 짐을 버려야 하듯 메모리 속 짐을 버려야 한다.




가장 먼저 일단 큰 용량의 백업된 폴더를 노트북으로 옮기려고 했다. 공간을 확보한 뒤 정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적어도 파일들은 쉽게 어딘가로 옮겨 둘 수 있는 장점은 있네.

실은 일단 급한 핸드폰 메모리를 확보하고 노트북의 백업파일들은 천천히 정리하려는 찐 P의 미루기 수작이었다.



그런데 이 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도대체 이게 현실의 짐이라면 어느 정도인 걸까?



처음부터 노트북은 옮기는데 얼마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지를 계산 중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더니만 얼마 후 옮기는데만 약 22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답을 주었다.



아! 스마트폰을 산 이후로 새 핸드폰으로 이사를 해도 꾸역꾸역 무조건 옮겨 닮은 짐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구나. 아래 깔린 짐들은 결코 빼보거나 찾아보지도 않을 거면서 버리지는 못하는 구나. 만약 새 폰으로 바꾼다면 512GB의 폰일 것이고 온갖 드라이브에 백업을 했겠지?



몇 년전 외장하드의 사진을 몽땅 날려서 비싼 돈을 주고 겨우 사진만 살린 적이 있다. 사진을 살렸을 뿐 폴더 속 사진들은 모두 섞여 버렸다. 다시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시 지우게 될까봐 원드라이브에 백업만 해 두었다.



하지만 나는 내 폴더에서 무엇이 없어진 들 알 수가 없을 것이다. 20년 가까운 교직생활의 노하우도 메모리에 쌓여야 마땅할텐데 해마다 새롭게(?) 사는 찐 P는 설령 저장된 과거가 자료가 있더라도 잘 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찾아서 쓸 생각자체를 안하는 지도 모르겠다. 막상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정작 버리지는 못하는 집안 물건들처럼 폴더 속 파일도 똑같다.



가벼워지고 싶다. 이젠 다 버리고 싶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그러러면 정리부터 해야 한다.
오늘은 일단 22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 가볍게 비워내기를 시작해야겠다. 50에는 정말 미니멀한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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