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순이 : 서점여행자(3)

책방드로잉

by 일주일의 순이

'하루 5분만 설레는 일을 채우면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미정이 구 씨에게 한 대사는 오래도록 귓가에 남았다. 하루하루 못에 박힌 것처럼 답답한 일상에서 설레는 일을 찾고 싶었다. 나를 채워주는 일은 무엇일까?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은 서점 재론북스의 어반스케치 강좌를 통해서이다. 4회의 짧은 수업이었다. 왕초보도 가능하다 해서 신청했는데 강사님은 강의를 한지 오래되지 않은 병아리작가님이었다. 그래서인지 엄격하기보다는 조금만 그려도 잘했다고 해주셨다. 꽃을 따라 그렸는데 다른 사람보다 못 그린 그림인데도 독특하다고 웃어주셨다. 전문가의 날카로운 가르침에 발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남의 평가에 휘둘리는 사람은 초보강사님의 따스한 응원에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서점의 그림수업이 끝나고 서점지기님의 추천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을 꾸준히 올리는 온라인 그리기 방에 가입했다. 나는 이 톡방에 책방그림을 올렸다.

"어머!!! 선이 넘 분위기 있어요."

" 와 색감이 따뜻해요."

" 서점이 귀엽네요 어디에 있는 곳인가요.?"

온라인 드로잉 1기 톡방에 책방그림을 올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톡들이 울려댔다. 느낌표로 리액션이 전해지고 나는 감사하다며 쑥스럽게 미소 짓는 이모티콘을 날렸다.


책방을 그린 것은 이런 칭찬의 기운이 서점지기에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경기도에 있는 북 앤 모어 서점 그림을 개인블로그에도 올렸는데 서점지기님이 그림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아 주셨다. 그동안 힘이 빠져 있었는데 손님이 인터넷에서 자신의 서점그림을 봤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셨다. 칭찬은 돌고 돌아 꽃을 피운다.


온라인 그림모임이 끝나는 날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그동안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펜드로잉, 아이패드, 오일파스타, 색연필 각자 사용하는 도구는 달랐지만 그림체들이 따스했다. 초보와 실력자가 섞인 곳인데 평가의 시간이 아니라 공감의 만남이었다. 어떤 그림이든 장점을 찾아내서 지지해 주었기에 이 방에선 무엇을 그려도 괜찮았다.


어른이 되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내가 하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칭찬받는 일이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가끔 칭찬이 고프다. 온라인드로잉 모임과 서점지기님의 칭찬이 내 가슴을 달콤함으로 채웠다.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 감사했다. 안녕하고 끝내려 했던 그림 모임인데 지난 한 달간 받은 따뜻함 덕에 2기 모임도 신청했다. 새로운 멤버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항상 시작만 하고 그만두었던 그림인데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해 보고 싶어진 점 같은 마음을 선으로 이어 나가고 싶다. 그리고 완성된 책방그림을 통해 서점을 운영하며 묵묵히 작고 여린 가치를 지켜나가는 서점지기들을 응원하고 싶다.


'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머라도 되겠지. 혹시 아는가? 몇 년 뒤 서점에서 책방 그림으로 전시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내가 그린 책방들이 그 자리를 지켜가길 바래본다.

선유도 선유서가

오산시 북 앤 모어 서점

을지로 철학서점 소요서가

재론 북스

제주 북카페

제주 혜원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