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정리를 하려고 했을까? 몇 년 후면 50이 되는 나이인데 굳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바꾸려고 할까? 이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때도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듯 정리되지 않는 삶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50이란 나이가 가까워오니 더더욱 그랬다. 어쩌면 이제는 내 삶 자체를 정리해야 때가 아닐까? 언제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미련없을만큼만 남기고 가고 싶었다. 박경리의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처럼 홀가분하게 이 세상을 정리하고 싶었다.
내가 없는 이 세상에 내가 남긴 것들을 남이 정리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마지막 순간 누군가의 도움으로 내 삶이 정리되겠지만 '최소한'의 것만 신세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 라이프' 라는 책의 제목처럼 어쩌면 어지러운 내 삶이 나를 힘들고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는 깨달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