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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Aug 21. 2023

월순이: 아이와 함께하는 등산(3)

내 속도의 중요성



 산은 자신의 속도에 맞게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산에 오르다 보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괜한 경쟁심에 옆 사람을 추월하려고 했다가는 몸이 축난다.


 지난번 계룡산도 그랬다. 날이 좋아서인지 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앞에서 가로막는 사람들이 많으니 남편과 아이는 사람들을 추월해서 계곡 옆으로 난 나무 계단을 쭉쭉 올라갔다. 나도 등산 초입부터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꾹 참고 아들 꽁무니를 따라갔다. 어찌어찌 등산 인파는 추월했으나 페이스 조절 실패!


정상에서부터 내려오는 길이 죽을 맛이다. 일명 ‘퍼졌다!’ 아무리 음료수를 마시고 쉬어도 몸이 회복이 안 된다. 내가 가진 기력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내려오는 순간까지 잘 써야 하는데 산을 오르는 데에만 모든 힘을 다 써버린 꼴이다. 등산보다 하산이 훨씬 힘들고 부상위험도 높은데 큰일이다. 덜덜 떨리는 다리를 끌고 간신히 내려왔다. 그날은 집에 돌아와서도 완전 뻗어버렸다.


마흔 줄 되다 보니 자꾸 주변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누구는 벌써 아이를 훌쩍 키워 놓았다는데, 누구는 승진을 했는데, 누구는 돈을 이만큼 벌고, 아파트를 샀다던데. 내 여력과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주변만 둘러보고 따라가려다 보니 힘에 부친다.


내 속도로 걷는 것.  

방향을 정확히 하고 나의 체력에 맞게 안배하는 것. 멈추지 않지만 서두르지도 않는 것.

등산할 때만 필요한 이야기는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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