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주일의 순이 Aug 26. 2023

토순이 : 서점여행자 (4)

언젠가는 두해서점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카페를 연 여자가 있었다. 누가 찾아올까 싶은 그곳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커피 한잔으로 위안을 받는다.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보던 사람들의 쓸쓸한 뒷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 장소 그리고 따뜻한 카페지기.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구조가 특이해서 거실은 큰데 방이 두 개다. 방이 두 개다 보니 아이가 쓰는 방과 안방뿐이다. 저녁에 방에 앉아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려 해도 남편이 켜놓은 경제 방송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마지못해 거실에 나와서 책을 읽지만 생활공간은 집안일을 하게 만든다. 어딘가에 조용히 있고 싶은데 그럴 곳이 없다.


  답답함이 끝없이 차오를 때 작은 서점을 찾아 나섰다. 밥 달라는 사람 없고 널브러진 옷가지, 쌓여있는 설거지가 보이지 않는 서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밖을 본다.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이는 나무, 유리문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 서점 창가자리에 앉아 멍하니 오가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책이 있는 공간이 편하게 느껴진다. 서점을 나의 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망원동 이후북스 블로그에 일일 서점지기 모집글이 올라왔다. 제주 이후북스 서점에서 하루동안 서점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점운영의 기초를 알려주고 제주에서 직접 서점운영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방운영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책방연희의 책방 나도 해볼까?. 서울도서관의 책방 학교수업을 들으면서 서점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사당의 작은 독립서점에서 서점지기 체험을 하면서 서점은 낭만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손님 기다리는 것이 일이고 손님이 와도 책을 사는 사람은 손에 꼽았다. 책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좋아하던 서점이 2년을 넘기지 않고 사라지고 친하게 지내던 서점지기들의 미소가 점점 옅어지는 것을 보며 서점을 하겠다는 생각은 물음표가 되곤 했다.

 

'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

 백일동안 열렸던 부암동 100일 서점,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차로 서점을 꾸민 이동책방, 본업인 약국을 하면서 책방을 차린 약국서점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을 하는 이들이 망설임에 답을 주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그냥 해 보는 마음이다. 서점을 여행한 뒤 꿈이 단단해지면 작은 독립서점을 2년간 해보고 싶다. 커피 한잔 마시며 따뜻한 섬이 될 수 있는 책방. 사람에 따라 커피를 블랜딩 하듯 알맞은 책으로 서가를 꾸미고 싶다. 언젠가는 두 해 서점! 우선 이름부터 시작이다.

작가의 이전글 금순이 : 미국 국립공원 이야기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