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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Jan 15. 2024

월순이 : 도둑맞은 집중력으로 읽다 (3)

6-8장

오호~하고 읽던 이야기에서 6장으로 넘어가며 점점 숨 막히고 스트레스가 받기 시작했다. 웃기게도 7장을 읽던 중 갑자기 인스타를 들어갔다. 릴스를 보러. 들어가서 아무 생각 없이 알고리즘으로 나의 집중력을 빼앗아가 그들의 노예로 만들기 위해 제공된 아기 영상들, 디자인 영상들, 네이처 영상들을 몇 개 보았다. 책의 이야기처럼 이러한 나도 모르게 나의 시간을 강탈당하는 이 야만적인 프로그램들에 분노를 느껴야 하는데 솔직히 힐링되었다.


아암. 기분 좋아. 마음에 드는 영상에 하트를 누르면 비슷한 영상들이 추천된다. 팔로워도 몇 없기에 지인 피드도 뜨지 않는다. 실컷 취향 저격 영상들을 보고 다시 책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심화문제 숙제하러 끌려 들어가는 아이 같다.


8장에 이르러 니르 이얄의 도둑맞은 집중력은 '나 스스로가 내면을 고찰하고 트리거를 찾아 내면을 다스리면 된다'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야기에 거북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요한 하리가 아니라 나였으면 어버버 그런가? 했을 텐데 감사해요 요한) , 또 대신 이건 아니지! 니르 이양에게 '그게 바로 끊어지는 게 너니까 가능한 거지 이 정서, 기술적 부르주아야.'라고 한방 날려주는 요한 하리에게 감사를 느껴보며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요한이 이렇게 말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야.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근데.. 힘을 모으자는 그의 말이 왜..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요한. 나.. 구글하고 싸워야 하나요?

제 코가 석자예요.

반에서 욕 한 애 지도하기도, 우리 집 애들 싸우는 거 다루기도, 애한테 목적인지 목표인지 알게 하며 공부시켜 볼까 자료 찾아보며 기웃거리기도, 양배추 전 하나 하기도 버거워요. 근데 9장에서 저커버그에게 대항하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 그런 거라면 릴스좀 한바탕 더 보고.. 미드 한판 때리고 올게요.


저커버그! 얌전하게 생겨서 우리 뒤통수를 세게 치며 세상 꼭대기에 앉아 있는 건 아니겠지.


같은 책을 읽고 불안과 분노에 반응하는 모습은 다 다르다. 어떤 이는 구글을 탈퇴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아이의 전자기기를 지금이라도 통제하겠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어쩌냐 어쩌냐며 또 다른 SNS에서 걱정을 쉴 새 없이 나눈다. 예전에 쿠@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났는데 회장의 대처가 비인간적이라 느껴져 저 철저한 비인간적 사업가 마인드를 응징하겠다며 탈퇴를 한 적이 있다. 이년 후 더 널리 사용되는 새벽배송의 맛에 몇 번 지인에게 배송을 부탁했다가 결국 가입뿐만 아니라 월 결제까지 하고 말았다. 임아트는 뭐 그리 훌륭하냐고 자위하며.



https://naver.me/GqsMkiyE



그런 자신이 비겁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지 올해 핫한 넷플릭스 '경성크리쳐'를 보며 일본인 마에다 상의 인간은 원래 그렇게 나약하다며 나약한 게 죄라고 장태상의 가족 같던 식구들의 배신을 폭로하는데 마치 그 나약한 인간이 온전히 나인 것 같아서 나도 울고 도망치고 싶어졌다. 그래서인가. 장태상의 시대가 이래서 그렇다는 위로에 오히려 더 이상 도망치지 말자. 그리고 저렇게 극단적으로 나의 내면과 맞서야 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말자. 시대가, 상황이 그렇게 만든 거라면 적어도 그 상황에 빠지지 않게 노력해 보자라고 결심하였다. 결심이라는 건 너무 비장하니 다시 '백스텝'을 하자. 그냥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좋아요, 요한! 가죠! 9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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