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순이 : 서점여행자 (3)
아버지와 자반고등어
시골 가족은 엄마 아빠 딸 아들이 작은 밥상에 소박한 반찬을 두고 말없이 밥을 먹는 유튜브 채널이다. 7분 정도 되는 동영상에 묘하게 빠져든다. 요즘 인기 먹방은 엄청난 양을 먹거나 킨포크 잡지에 나오는 멋진 식기로 혼자 우아하게 먹는 것이 대세인데, 시골 가족은 투박하게 반찬을 통째로 꺼내서 먹는다. 촌스럽지만 '같이'에 사람들이 반한다. 밥 한 끼 함께 먹기 힘든 요즘 이 채널은 가족이 식사하는 것으로 부러움을 산다. 나는 아버지가 반찬을 딸 앞으로 밀어줄 때 울컥했다. 무뚝뚝하게 묻어나는 정이 우리 아버지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동해 작은 어촌 방파제에서 친구들과 뛰어놀았다. 멸치잡이배가 그물을 터는 곳을 지나가다 온 몸에 은색 잔 비닐이 묻었다. 일주일 내내 목욕을 해도 비린내가 가시지 않았다. 그 뒤로 냄새에 질려서 생선을 잘 먹을 수 없었다. 그래도 유일하게 먹는 생선이 있었는데 자반고등어였다. 꾸덕꾸덕 짭조름한 자반고등어는 기름졌지만 구우면 바싹한 식감이 갈비 같았다. 그리고 엄마표 자반고등어는 지글지글 구운 생선 위에 실파랑 마늘 고춧가루가 들어간 양념장을 발라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자반고등어가 가끔 밥상에 올라오면 아버지는 가시를 발라 고등어살을 밥그릇에 올려 주었다. 그것은 경상도 아버지가 나에게 보여준 애정이었다.
결혼을 하고 첫 명절이 되었다. 제사상에 오른 조기를 시어머니가 나에게로 밀었다. 맛있게 먹으라고 챙겨주시나 했는데 남편과 시아버지 먹게 가시를 바르라는 것이었다. 나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엄마, Y는 생선 싫어해. "
"바닷가에서 산 애가 생선을 못 먹는다냐. 별나네."
시어머니는 생선을 다시 가져가셨다.
'바닷가에 살면 다 생선 좋아해야 하나요! 아드님은 손이 없나요!' 마음속에서 쫑알쫑알 대꾸할 말이 올라왔지만 그땐 잘 보이고 싶은 며느라기 시절이라 꾹꾹 눌렀다.
제사가 끝나고 친정에 오니 설움이 삐져나왔다. 이틀 내내 제사음식 준비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설거지로 몸이 천근만근 같았다. 저녁 밥상에 올라온 자반고등어를 보고 나는 시가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엄마는 사위가 있어서인지 '이제 너도 결혼했으니 생선도 만질 줄 알아야지.'라고 했다.
그때 이야기를 듣던 아버지는 생선가시를 골라내서 남편 앞에 두었다. 남편은 얼굴이 붉어졌다. 아버지가 내편을 들어주는 것 같았다.
연남동 여행 서점에서 음식에 대한 북 토크가 있었다. 참석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말하면 음식여행전문작가는 맛집을 추천하거나 관련 책을 소개해주었다. 쌀국수. 피자. 치킨 등 다양한 음식이 나왔다. 나는 자반고등어가 좋다고 했다. 작가는 웃으며 고등어 맛집은 모르지만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다고 했다.
저녁 식탁
박정희
봄산은 숨소리만 듣고 있다
초록 성큼 다가온 쑥
된장국 끓여 비릿한 고등어 한 손
두부 김치 앞에 올려놓고
세 식구 모여 주저리주저리
쑥국 쑥국 떠드는 쑥고개
혹, 비린내 난 고등어
하루 일과 보고 받는 저녁 식탁
웃음꽃 핀
축복으로 내리닫이 하루
마음이 아팠다. 더 이상 밥상을 사이에 두고 가시를 발라줄 아버지가 안 계시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생선도 잘 굽고 생선살도 척척 발라낸다. 맛있는 밥을 얼마든지 대접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이 년 전 갑자기 돌아가셨다. 도란도란 앉아 가족이 식사를 하는 것. 잃어버리고 나서야 당연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아버지와 밥을 먹던 평범한 일상이 추억으로 남았다. 음식은 무엇을 먹느냐 보다 누구랑 먹느냐가 더 깊이 박힌다. 다가오는 설날에 생선은 내가 올릴 것이다. 그게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그래도 아버지가 우리랑 같이 맛있게 드시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