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순이 : 서점여행자 (4)

식물 서점 이야기

by 일주일의 순이

초보 식물 집사 시절 화분 속 꽃은 집에만 데려오면

시들시들해졌다.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가드닝에 대해 검색했다. 그때 오버그린파크를 알게 되었다. 책과 식물 그리고 가드닝 클래스가 있는 서점.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서점지기의 인터뷰를 읽으며 나와 결이 비슷한 종족을 찾은 듯 해 미소가 지어졌다.

출처 : 마음산책


식물 서점은 영등포구청역 근처 한적한 주택가 오래된 건물 1층에 있었다. 난처럼 청초한 서점지기는 나의 고민을 듣더니 아파트 환경에서 키우고 힘든 식물을 주로 키웠다고 했다, 그리고 초보자가 키우기 쉬은 식물과 '아파트 화분 생태계-화분 식물 초심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내서'를 추천해 주었다. 가드닝 수업을 들으면서 분갈이, 물 주는 법, 통풍, 비료 그리고 흙의 배합 등 식물과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얻었다. 식물을 꾸준히 관찰하면서 작은 변화에도 기뻐하는 마음, 지나친 관심은 식물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것. 서로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끈을 놓지 않는 것. 식물과 내가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사람과 사람 사이가 이어지는 방법과 다르지 않았다.


요시다 신스케의 ' 있으려나 서점'은 없는 책이 거의 없을 정도로 모든 고객들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찾아준다. 책과 관련된 명소를 찾는 아주머니께 주인아저씨는 책이 내리는 마을, 독서초, 무덤 속 책장, 수중 도서관을 소개한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매력적인 서점이다. 오버그린파크는 나에게 있으려나 서점이었다. '식물 저승사자 똥손도 엘리트 화분 집사로 거듭나는 법 '을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가드닝 수업이 끝나면 늦은 시간인데도 서점지기는 다음 시간을 준비하는 듯 문을 닫지 않았다.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걸어 나오며 누가 서점으로 들어가나 뒤돌아보곤 했다.


지금은 사라진 서점.

가끔 그때 못한 질문을 중얼거려본다.

"서점지기님은 누구를 기다리셨나요?"

답이 없는 질문은 스스로 이야기가 되었다.


식물 서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공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 안, 수요일 저녁이면 불이 켜지는 작은 가게가 있어요. 그곳은 초록초록 화분들과 알록달록 식물 책으로 빛나는 서점입니다. 사람들이 퇴근하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이곳에 어떤 손님들이 찾아올까요?


긴 머리가 아름다운 서점지기는 따뜻한 미소로 화분에 물을 주고 있어요. 커다란 창이 뿌연 습기로 가득해서 밖에선 안이 잘 보이지 않아요. 나무 테이블 위에는 따뜻한 차가 놓여 있어요. 그녀는 9시가 되자 문쪽을 계속 쳐다봤어요.


드디어 문이 열리고 손님들이 들어옵니다. 양복을 차려입은 토끼, 원피스를 입은 여우, 그리고 멜빵바지를 입은 고양이가 각자의 화분을 가지고 왔어요.

서점지기는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했어요.

“ 어서 오세요. 자리에 앉으시고 데려온 친구를 탁자 위에 올려 두세요.”

손님들은 쭈뼛쭈뼛 테이블에 앉았어요. 그리고 화분을 앞으로 내밀었지요.

서점지기는 주변을 돌며 돋보기로 살펴보았어요.

“음, 아이고, 어머머, 이런이런, 헉!”

서점지기의 소리에 모두들 긴장을 하네요. 그녀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말했어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토끼부터 이야기했어요.

“당근을 키우는데 잎이 노래져요. 특히 내가 가까이 가면 더 그런 것 같아요.”

“언제부터 그랬나요?

“친구가 다녀간 뒤부터요. 그 친구가 당근이를 무척 먹고 싶어 해서 말린다고 혼났어요.”

“음, 이제 알겠어요. 당근이 겁을 먹었군요.”

사장님은 ‘거북 박사 널 해치지 않아’라는 책을 건넸어요. 그리고 매일 식후 3번씩 읽어 주라고 했어요.


여우 차례가 되었어요.

“전 장미 가시가 무서워요. 그런데 꽃은 너무 예뻐요.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요?”

사장님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무릎을 탁 쳤어요.

“ 그래요! 서로 길들여질 시간이 필요하겠어요.”

‘길들이기의 달인 어린 왕자’를 책장에서 꺼내 주며 어린 왕자처럼 장미를 가꾸라고 했어요.


다른 손님들의 말을 들으며 고양이는 안절부절했지요. 자신의 차례가 되자 반려식물을 들고일어났어요.

“우리 초록이는 괜찮을 것 같아요. 전 가 보겠습니다.”

서점지기는 고양이의 손을 꽉 잡고 이야기했어요.

“괜찮아요. 도와줄게요. 어서 말해 보세요.”

고양이가 울먹울먹 말했어요.

“콩나무를 심었어요. 물을 매일 주고 가꾸었는데 시들어가요. 여기서 제 화분이 가장 힘이 없어요.”

“반려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예뻐요. 그렇지만 나무는 적당히 돌보는 것이 좋아요.”

서점지기는 ‘잭이 알려주는 콩나무와 거리두는 법’을 손에 쥐어 주었어요. 그리고 꼭 물은 일주일에 한 번씩 주라는 말을 잊지 않았지요.


걱정으로 가득했던 손님들의 표정이 밝아졌어요. 그리고 책 처방을 들고 반려식물과 함께 거리로 나섰지요. 서점지기는 환한 표정으로 그들을 배웅했어요. 가게의 불이 꺼지고 다시 골목은 어둠으로 가득해졌습니다.


깜깜한 가게 안에서 서점지기는 노트북을 켜고 글을 올려요.


날짜 : 수요일 저녁 9시

장소 : 식물 서점

수요 북클럽 : 반려 식물을 도와드립니다.


전원이 꺼지자 가게 안은 다시 뿌연 이슬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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