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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Jan 20. 2024

토순이: 마음공부(3)

  자기 자비


  나는 유난히 자기 자비가 어렵다. 다른 사람의 실수는 쉽게 넘기고 이해하고 금방 잊어버리는데, 나의 실수는 용납하기 어렵다. 자꾸 곱씹고 후회하고 비난하고 자책한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인지도 모른다.

  자비하면 떠오르는 것은 부처님이다. ‘자비’하면 어떤 사람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고 넓은 마음을 가지고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김. 또는 그렇게 여겨서 베푸는 혜택이고 불교에서 자비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을 없게 하는 것이었다. 뜻을 잘 모르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 챙김」에서 자비는 우리가 곤경에 처한 친구를 대하듯 우리 자신을 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딱 맞는 비유이다. 친구나 가족이 실수를 하면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고, 그 실수로 인해 내가 피해를 받았다 하더라도 쉽게 이해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나의 실수는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고 큰 실수가 아님에도 하루 종일 또는 며칠을 가슴에 남아 나를 답답하게 한다. 그러면 안되는 일이지만 문서 안의 오타,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운동, 독서, 금주 등), 어딘가인지도 모르는 곳에 두고 온 볼펜 등이다. 이런 일은 피곤이 쌓이거나 일이 많아 마음이 급하거나 하면 많아진다. 쓰러져 잠들거나, 급하게 일을 처리하느라 검토를 못 하거나 하면 실수가 쏟아지고 나에 대한 비난이 시작된다.


  며칠 전에도 우연히 완료된 문서에서 실수를 찾아내고 스스로 자책하고 오후 내내 우울하게 보냈다. 계산 실수로 하고 무엇이 쓰여서 마무리를 했는지 전혀 맞지 않는 숫자를 적어놓았다. 내 모니터 아래에는 가장 밝은 노랑색 메모지에 크게 “RECHECK!!!”라고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시 검토하였음에도 실수가 나오는 건 정말 믿을 수 없고 답답한 일이다.      


  우리가 고통에 처했음을 먼저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 자신에게 친절할 수 없다. 실수를 하고 나서 후회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그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안겼다면 더 후회스럽다. 하지만 이러한비관적 사고에 사로잡히면, 아픔이 배가될 뿐만 아니라 그 일을 계기로 앞으론 달리 대처하도록 배우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대신 자비롭게 대처하면, 실수에서 배우고 변화를 꾀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124쪽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보다 남들에게 훨씬 더 자비롭다. 친구가 힘든 문제로 쩔쩔맬 때 우리는 그 친구에게 멍청하고 무능하다고 소리치지 않는다. 친구가 실수를 저지르면 자비를 베풀며 위로한다. 하지만 자기가 힘든 일을 겪을 때는 자기비판과 수치심으로 몸을 떤다. 수치심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해만 끼친다.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태도는 뜨거운 숯덩이를 집어 드는 것과 같다. 그 결과는 화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다음에 비판적인 생각이 들면, 가까운 친구를 위로하듯 혹은 뜨거운 숯덩이에 손을 뻗는 어린아이를 보호하듯 당신 자신을 보호하라.

  “안돼, 그러면 화상을 입을 거야.” 127쪽


출처: 마음챙김 63P, 샤우나 샤피로 지음, ㈜로크미디어 펴냄  


  책의 위 내용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나도 나의 실수를 자책하고 있다 보면 위축되어 항상 또 다른 실수를 하게 된다. 쉽게 잊고 벗어나는 것도 안되겠지만, 조금이라도 너그럽게 나를 받아줘야 겠다.

  자기 자비는 우리에게 인간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도록 가르친다고 한다. 책에서 자기 자비를 느끼기 위해 특별할 필요는 없다. 그저 여느 인간처럼 엉망진창이면 된다고 말한다. 참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자기 자비일 것이다. 나는 또 무언가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고, 금주의 약속을 어기고 술을 마시고 오타를 만들어 낸 기안문을 발견할 것이다. 그래도 나를 사랑해주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위해 소비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자기 자비의 첫 시작이 아닐까 한다. 이 문장도 오늘 저지른 갑작스런 큰 소비에 대한 의구심을 접어보려는 마음에서 쓰고 있다. 나를 위해 소비해도 괜찮고 나를 위해 선물해 줘도 괜찮다. 실수하고 부족한 나지만, 그래도 내가 나를 사랑해주어야 한다. 내가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길 바란다. 나를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나에게 자비정도는 베풀 수 있지 않을까? 난 누구에게도 팍팍한 사람은 아니니, 나도 남들 대하듯 대해주길 바란다.


인용문 출처: 마음공부, 사우나 사피로 지음, (주)로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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