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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Jan 21. 2024

일순이 : 뚜벅뚜벅 서울 산책(3)

과거와 현재의 공존 을지로

2호선 을지로 4가 1번 출구를 나오면 대로변은  작은 공업사와 오토바이, 물건을 옮기는 사람들로 얽혀있다. 낡은 골목을 벗어나면 오래된 건물이 보인다. 바로 대림상가이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오락실 기계가 쌓여있는 계단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면 이곳 상가와 분위기가 다른 카페와 맛집들이 보인다. 이멜다분식, 호랑이커피. 기계들의 무덤 같은 곳을 지나 새로 단장한 컨테이너 사무실 옆은 낡은 힙함을 소비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분명히 계단을 올라올 때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는데 카페에는 사진을 찍기 바쁜 이들로 가득하다.

을지로 독립서점

 쇠 깎는 소리 박스들이 이리저리 뒹구는 이곳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가게가 생긴 것이 신기하다. 여기에 일하시는 분들은 이용하지 않는 곳, 외부인으로 가득한 카페를 보니 을지로 이곳은  창을 가운데 두고 일상과 여행으로 세상이 나뉜 듯하다. 일하는 아저씨들이 바삐 움직일 때 안에서는 그 풍경까지 인스타에 올리는 이들. 누군가의 고단한 삶을 인스타용으로 소비하는 시선과 상인들이 외부인을 경계하는 시선이 얽혀서 힘겨루기 중이다.


 서울시에서는 대림 상가를 활성화하기 위해 청년가게나 새로운 스타트업을 지원했다고 한다. 아직 소수의 가게라 평가하기 이른 듯 하지만 을지로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이것이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대림상가 안쪽 가게를 보고 가는 이는 드물다.


  낡음이 새로운 힙함으로 소비되는 뉴트로세상.


 을지로는 그런 유행 한가운데 있다. 3층 카페에서 오래된 조명 가게들을 쳐다보고 있으니 원주민들이 언제까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 싶다. 익선동, 경리단길, 삼청동. 그곳들이 겪은 일 이곳에도 벌어진다. 레트로가 유행인 이유는 따뜻한 정겨움, 사람 냄새나는 골목 때문인데 오히려 이것이 개발을 통해 사라지는 삭막한 세상을 만든다. 창밖을 보다 수레로 짐을 실어 나르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그분께  나는 어떻게  비추어질까? 살짝 붉어진 얼굴을 돌리고 빈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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