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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Jan 22. 2024

월순이 : 도둑맞은 집중력으로 읽다 (4)

9-13장

책의 절반이 넘어가다 보니 분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지금 나오는 내용들이 뭐에 대한 내용이지? 하는 예고가 필요해졌다.




9장 : 근본적인 해결책을 처음으로 목격하다/저커버그는 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무시했을까

10장 :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 상태 /방해요소에 저항하는 능력이 현격하게 낮아진 이유

11장 : 우리 사회의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한 장소들/주 4일 근무로 바꾸면 집중력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12장 :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 허리둘레, 심장, 그리고 집중력을 파괴하는 음식들

13장 : 잘못된 ADHD 진단  /유전자 탓을 하는 동안 우리 아이에게 실제로 벌어지는 일



제목만 보면 우선 굉장히 뻔해 보이면서 눈길이 가는 것이 12장이다? 허리둘레에 반응하는 나의 뇌. 다이어트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 때가 오는가? 진지해진 마음처럼 한 장 한 장 넘어가 보자. 일 년 넘게 품고 있던 책을 이렇게 고개 넘듯 넘어가며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흘릴 건 흘려보자.



9장을 읽고 나니 예전에도 읽고 열폭했던 인스타로 인해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우울증 지수와 자살률이 높아진다거나 위험하다는 연구가 발표 되었음에도 그를 무시했다던 페이스북의 결정에 대한 기사를 보고서 자기는 저래놓고 자기 애 잘 키워보겠다고 전자기기 없이 키운다며 분노했던 게 생각난다.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저자안데르스 한센/출판한국경제신문/발매2023.07.28.




       


        인스타 브레인/저자안데르스 한센/출판동양북스/발매2020.05.15.






인스타와 같은 SNS로 인해 아이들이 겪는, 아니 우리가 겪는 여러 가지 정서적인 문제들에 대해 나온 설득력 있는 책이다.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에서는 특히 우리가  남발되는 전문가들에 의해서 우리의 정신적 문제를 너무 쉽게 '병'이라 낙인찍지 않나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사람', '관계'가 답이라는 것에도 동의한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피곤하고 힘든 일이지만 나에게 어떤 환경을 선물해 주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한편으로는 아! 버거워. 그래서 너희 미쿡 사람들도 해결 못하고 당하고 있는 걸 우리가 나서서 해야 해? 질 것 같은데 계란으로 바위를 쳐야 해? 하는 무기력이 마구 생기려고 할 때, 신기하게 이 책은 마치 인공지능의 조종을 받는 것 마냥 다음 장을 넘기면 이렇게 말한다.




"안될 것 같아 포기하고 싶어? 그런데 이 사례를 한번 들어봐."


"어때? 그래도 우리가 해야 하지 않을까?"


어릴 적 흔히 학교에서 배우던, 지금은 구식다리 잔소리라 믿고 싶어 지는 나 하나쯤이야를 나 하나라도 라는 마음으로 뭐든 해야 하나 싶다.



왜냐면 그 누군가가 그렇게 싸워서 얻어낸 저항으로 세상은 한층 더 나아져 왔으니까.



이런 다부진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며 왠지 불편한 마음이 드는 내용이 나올 것 같은 10장에 도착한다.

10장에서는 ADHD의 급증하는 진단과 약물처방에 대해 설명하며 그것이 과연 답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근본적인 환경 변화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운 사례에서 문득 한 사례마다 저렇게 팀이 붙어 연구하고 막대한 자원이 제공되어야 하나면 이것은 실현 불가능한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아직도 이거다 싶은 대안을 선택하지 못하겠다. 그저 일개 내가 무슨 이런 마음이 조금 더 든다. 그런데 ADHD라는 주제와 미국에서 남발되고 있다는 진단과 약물 처방이 과연 옳기만 한가라는 주제에 마음 한편이 흔들거린다. 혹시 우리도 그러하고 있는가.




11장에 이르렀다. 도대체 이번에는 또 어떤 버거운 이야기가 나올까? 나도 남들처럼 별생각 없이 책 좀 읽고 싶고 생각 있이 읽을 것이라면 천재가 되어 대안이 마구 떠오르면 좋겠다. 아주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답답해 죽겠다. 11장은 의심이 없을 천진난만하던 시기에 읽었더라면 너~무 좋다. 이런 회사 이런 사장님 있는 회사 다니고 싶다 우리네들 직장 모두 다 변해야 해!라고 외쳤겠지만 지금의 나는 좀 시니컬하다. 몇몇 회사들은 저렇게 하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4일 내에 일 끝내라고 하고 나머지는 자동화라는 이름으로 기계로 대체하고 결국 사람들은 투잡 쓰리잡이 당연한 삶을 살겠지 하는 마음이 든다.. 나 왜 이렇게 찌든 거지.. 나도 알고리즘한테 당했나.



12장이다.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 그렇지 쓰레기 음식들을 내 몸에 밀어 넣고 살고 있지.



당신이 자동차 엔진에 샴푸를 넣는다면 엔진이 고장 났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서구 전역에서는 "인간의 연료로 쓰던 것과는 매우 동떨어진"물질을 매일 자기 몸에 밀어 넣고 있다


우선 이 장에서 마음이 끌렸던 것은 나도 요한 하리의 아버지처럼 아들에게 말하고 싶다. "너는 남자가 되어야 해." 라며 한 달간 친척집에 보내는 것이다. 서양 고전 동화에서 자주 나오는 설정이 아이가 방학마다 조부모 댁이나 친척 집에 가서 마음껏 지낸다는 것이다. 요즘의 우리네한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터넷 카페에 사연글로 난리 나지 않을까. 그래도 부럽다. 나도 스위스 어머니 댁에 방학 한 달 동안 아이를 맡기고 싶다.


집중력이 도둑맞아서 이렇게 딴생각이 나나... 아~ 스위스에서 해주는 할머니 밥이라면 늘 땡큐하고 먹은 뒤 뛰어나가면 하이디가 있는 거 아냐? 어쨌든 요한 역시 인스턴트에 찌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도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서 멋진 책도 쓰고.. 아직 우리 집 아이들에게도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미국의 충격적인 학교 식당의 식단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급식을 먹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매일 감사해 마땅하다 생각되나. 문제는 감사만 할 것을 이런 식사를 제공해 줘도 맛없는 거 나왔다고 다 버리는 후천적 편식쟁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진짜 답답한 일이다.



13장에 들어섰다. 잘못된 ADHD 진단에 대한 내용에 동의하는 바가  있다. 그럼에도 늘어나는 ADHD 아이들이 환경의 통제가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을 다 뛰어놀며 자유롭게 키우라고? 그럴 수 있는 현실인가? 하는 거부감도 들었다. 하지만 동물 ADHD 처방이라는 생각 하지도 못했던 주제를 마주하고 조금, 아니 많이 힘들었다. 술술 읽어나가기에는 또 그저 이건 학대가 아닌가? 하고 막무가내로 따지기에 어차피 돼지 사육장의 돼지들은 불행하고 미쳐 지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게 그들에게 그 괴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해주는 약을 처방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하는 말에 말도 생각도 멈추었다. 약물이란 게 그런 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ADHD약물에 대한 인식을 내 안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장 더 넘기면 또 무슨 이야기가 나오는 거야.




힘들어서 우선 책장을 덮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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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이야기/ 유리, 이야기꽃,2013





       


        돼지 이야기

       저자유리/출판이야기꽃/발매2013.11.01.




이런 동화책이 한 권 있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가 아닌 혼자 먼저 읽어 본다면 과연 아이에게 선뜻 내밀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문제와 다른 문제로 나의 엄마는 동물 알레르기와 털 그리고 기타 등등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어려서 귀여운 강아지도 만지지 못하게 했는데 내가 동물과 나뒹굴지 못한 덕분에 어떤 의미에서의 청결을 획득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동물과 함께 생명력을 나눌 때 느끼는 행복감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동물을 무섭고 싫어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 책을 읽고 아이가 앞으로 돼지고기를 안 먹겠다고 한다면 그래야 하나? 하는 마음과 함께 어차피 더 이해 안 되는 이유로도 안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떠한가 싶기도 하고 스스로 자기가 선택하는 거라면 괜찮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러다가 다시 평범한 대한민국 워킹맘으로 돌아와 생각한다. 안 그래도 생선 알레르기로 해산물을 못 먹느라 아이들 반찬 해주기가 마땅찮은데 여기에 채식주의자까지 된다 하면 참으로 어렵다... 그건 어른되어서 네 스스로 해라. 너에게는 삶을 결정할 권리가 있지 라는 건 왠지 회피 같아 망설여지는 흔한 한 부모이다.








#도둑맞은집중력


#요한하리


#인스타브레인


#안데르스한센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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