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황금 동아줄을 쥐고 있는 지휘자
'라인을 탄다'라는 말이 있다. 조금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나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특별히 더 잘 보여서 윗사람이 끌어주는 라인(줄)의 일원이 된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워킹맘의 라인은 저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나는 라인 중간에 있다. 나의 왼쪽 손에는 자녀들이, 오른쪽 손에는 회사(학교)가 있다. 양쪽에서 팽팽히 나를 잡아 당긴다. 어느 날은 회사 쪽으로 끌려가고 어느 날은 가정으로 끌려간다. 마치 줄다리기 줄의 가운데에 묶어둔 얇은 종이 같이 이리저리 끌려간다.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인 것처럼 나는 그 가운데에서 휘청인다. 중심을 잡고 싶어서 힘이 든다.
그런데 이 밧줄이 내가 쥐고 있는 황금 동아줄이라고 생각하면 나는 양쪽을 다 지휘할 수 있는 지휘자가 된다. 밧줄의 색은 잘 보면 황금과 닮았다. 나는 줄에 매달린 존재가 아니라 양쪽 줄을 다 쥐고 있는 지휘자다. 바라보기만 해도 사랑이 넘치는 자녀들, 내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터 모두 나의 황금 동아줄이다. 워킹맘의 라인은 이 황금 동아줄이다.
워킹맘이 종이 인형처럼 흔들리는 것보다 양쪽을 딱 틀어잡고 중심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친정엄마에게 등 하원을 부탁하며 복직한 학교. 정말 정신이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 도구를 많이 알아야 하고 또 거리 두기 방역 수칙을 지키며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니 더 힘에 부쳤다. 나의 딸, 아들은 엄마의 손이 많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이었고, 나는 뭐가 급해서 복직을 하고 학교에 출근을 하고 있나 회의감이 들었다. 살찐 몸과 체력이 바닥난 몸은 금방 지쳤고, 퇴근 후 집에 오면 파김치가 되어 반만 뜬 눈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교사로서의 역할도, 엄마로서의 역할도 다 제대로 못해내고 있었다. 자괴감이 몰려왔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인가?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 그릇에 담지 못할 꿈을 꾸었나? 그런 생각도 하기 힘들 정도로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우연히 글쓰기 모임 글을 만났다. 매일 글을 써보자는 모임이었다. 글밥, 글똥보다 글밥, 글을 밥처럼 매일 먹자는 뜻으로 글쓰기를 매일 해보자는 모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금방 걱정했다. 내가 이렇게 바쁘고 지쳐 있는데 글을 쓸 시간이 나겠어? 아니야, 한 번 해 볼까? 글쓰기는 나의 주된 관심사였다. 갈팡질팡 하고 있을 때, 참여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밴드에 초대되고 뭐라도 써보자는 생각을 했다. 글쓰기를 매일 한다고 유명한 작가가 되거나 인생이 확 바뀌지는 않았지만 글을 써 본다는 모임 장의 말, 그 말에 용기를 냈다. 하루하루 글을 써 나갔다. 두줄, 한 줄, 어느 날은 못 쓰고 그 다음 날 두 개를 써 보고, 신기하게도 자꾸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고민, 가까운 가족과 있었던 다툼 등을 쏟아내 보니 마음이 후련해졌다. sns를 즐겨하지 않는 내가 은밀하게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면서 뭔가 세상이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냥 결과와 상관없이 마구 쏟아내니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모임을 같이 하는 분들의 따뜻한 응원 댓글과 공감 버튼은 나에게 힘을 가져다주었다.
점점 나의 생활이 달라졌다. 삶에 여유가 생겼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 나에게도 관심이 더 생겼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며 나만의 울타리를 넓혀갔다. 육아 휴직 중에 아이 둘을 키우며 나는 한없이 게을렀고 우울했다. 언제쯤 이 아이가 클까? 왜 육아는 이렇게 힘든지 이제서야 알았을까? 예전보다 힘이 없어 보이는 나를 보고 친구들이 걱정을 했다. 나의 울타리는 아주 작았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울타리는 아주 작아서 다른 것이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삶이 달라졌다. 삶에 여유가 생기니 학교에서도 너그러워졌고, 집에서도 너그러워졌다. 학교에서도 학생의 마음 읽기를 우선적으로 했다. 너도 얼마나 힘드니?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러는구나. 집에서도 아이들을 보며 아직 어린 아이인데, 어린 아이니까 떼도 쓰고 그렇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아이가 '징징'거리는 소리가 너무 듣기가 싫었는데,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것이라고 나 좀 봐달라고 하는 마음을 알게 되니 참을 수 있게 되었다.
여유가 생기니 성장이 눈에 들어왔다. 정신 건강을 위한 성장, 치유 등의 강의를 찾아 듣고 정리를 했다. 날로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우연히 만난 글밥 모임 글이었다. 해님 달님에서 호랑이를 피하기 위해 오누이에게 황금 동아줄을 내려준 것처럼 글쓰기 모임 글은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 동아줄이었다.
쉴 틈이 없이 바쁜 워킹맘이 일터와 가정의 줄다리기 가운데의 종이 인형이 아니라 양쪽 줄을 자유롭게 지휘하려면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한다. 내면의 힘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 2줄만 글을 써보는 것이다. 주제는 자유롭게, 분량도 최소 2줄 정도로. 점점 글 쓰는 근육을 키우면 마음도 몸도 세상도 모두 아름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