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순이 : 오직 독서뿐 (5)

당신이 확실히 아는 것은 무엇입니까?

by 일주일의 순이


대학에 들어가서 같은 과 선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열정 있는 삶을 살자"였다. 대학에 다닐 때 나는 매우 소극적인 학생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과에서 하는 행사나 활동에는 거의 참여하는 편이었다. 입 한 번 안 떼고 가만히 앉아 있을지라도, 일단 참석해서 조용히 앉아 있곤 했다. 그럴 때 선배들이 나처럼 어리벙벙한 후배들에게 제일 자주 한 이야기가 '열정'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에 난 왜 '열정'을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주눅이 들었었을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열정'을 얘기하는 선배들이 그때는 그렇게 멋져 보였다. 나는 열정은커녕, 대학을 졸업하면 무엇을 하며 먹고살아야 할지, 아니 먹고살 수 있건 없건 당최 하고 싶은 일이 있기나 한 건지도 모르며 학교와 집을 오갔다. '나는 뭔가 중요한 것이 모자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당시에 많이 하곤 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한 수십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버젓한 직장인이 되었다. 그 무렵부터 많이 들었던 이야기에는 '전문성', '경쟁력' 이런 단어들이 주로 들어 있었다. 이제 어느 회사도 당신의 정년을 보장해 주지 않으니 어떤 일이 생겨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라고. 누구에게도 대체될 수 없는 '전문성'을 가지라고. 그때에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떡하지? 나에게는 경쟁력 따위는 없는데.' 그래서 그걸 숨기려고 제법 애를 썼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은, 시골의 작은 보직을 찾아 지원하고 거기서 6년 정도 일을 했다. 그때도 나는 자신을 '뭔가 중요한 것'이 결여된 그런 사람으로 생각했다.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어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열정'이니 '경쟁력'이니 다 공허한 구호라는 생각이 든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열정이나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안다. 삶은 구호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이 좋다는 가치를 좇아간다고 내 삶이 나아지지도 않는다.


2014년에 출간된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제목부터가 참 솔깃하다. "불우한 과거를 딛고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이뤄낸 전 세계인의 롤모델"(예스24 저자 소개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오프라 윈프리는 그 고난과 극복과 성공의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과연 어떤 사람이 '확실히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책 한 권을 채울 만큼 많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그런데 오프라 윈프리는 정말 '확실히 아는 것'이 많아 보였다. 그것도 어디서 들어본 것이라든지, 남들이 외치는 구호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어려움도 스스로 극복하며 온갖 일을 겪어본 '어른'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짧고 쉽게 이야기해 줘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을지 상상이 되었고, 저자의 진심이 느껴졌다.


우리는 수많은 인생의 교훈을 이 책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물론, 내가 직접 겪어내고 고민하고 깨닫지 않는 한 그 교훈은 진짜 내 것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져 괴로울 때 마음에 위로를 줄 수 있는 책 한 권을 갖는 것은, 꽤 든든한 일이지 않은가. 게다가 하와이의 세컨 하우스에서 새해 첫날 아침을 맞고, 자신의 토크쇼에 온 사람들에게 차를 한 대씩 선물하는 등 스케일 크게 성공한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평범한 나 같은 여자가 신나게 대리 만족할 수 있는 기회까지 준다.


서문에 의하면 오프라 윈프리는 이 책을 내기 위해 14년(!) 동안이나 한 달에 한번 잡지에 써왔던 책과 같은 제목의 칼럼들을 다시 한 번 읽으며 '정말 확실히 아는 것'만 남겼다. 그리고 그 교훈들을 기쁨, 회생력, 교감, 감사, 가능성, 경외, 명확함, 힘 이렇게 8가지의 키워드로 간추렸다. 키워드 별로 내 마음을 툭 건드린 한 구절씩만을 인용해 본다.(딱 한 구절만! 고르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 기쁨


" 계속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냐, 춤을 출 것이냐, 선택의 갈림길에 서면 나는 네가 춤을 추었으면 좋겠어."(18)


● 회생력


두려움을 제거하면 이제껏 내가 찾고 있던 해답이 또렷이 보인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58)


● 교감


"확신하건대, 우리의 인생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 '해야 할 일'의 목록이 더 이상 없고 정신없고 바쁜 일이 모두 끝나고 '받은 편지함'이 텅 비게 되었을 때 - 지난 삶을 돌아보며 유일하게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다른 이들을 사랑했는가, 그리고 그들은 우리를 사랑했는가일 것이다."(100)


● 감사


"그 정도만 해요!" 마야가 꾸짖었다. 지금 당장 울음을 그치고, 고맙다고 말하세요.!"(106)


● 가능성


"당신 인생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것을 아는 것이 당신의 의무다.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야 한다. 진실이란 옳고 좋으며 사랑이 넘치는 느낌이다. 진실은 당신이 하루하루를 솔직하고 성실하게 살도록 해준다.

당신이 행하고 입 밖에 내는 모든 것이 당신 주위의 세상을 보여준다. 그것이 진실이 되게 하라."(158)


● 경외


"하나의 작용엔 같은 힘의 반작용이 따른다. 어느 단계에서도 우리가 창조하고 세상에 내보내는 에너지는 동일한 힘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197)


● 명확함


"스스로 고요함을 찾아, 세상의 목소리가 아닌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면, 명확함은 금세 당신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을 내려 결정한 후에는 그것을 실행하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262)


● 힘


"나 자신이 내가 보고자 하는 그 변화가 되자.

이 말은 내가 삶의 기준으로 삼고 따르는 말이다. 하찮게 만들기보다는 고양하자. 부숴버리기보다는 다시 짓자. 속이기보다는 우리 모두 더 높은 곳에 설 수 있도록 길을 밝히자."(246)


이 구절들을 읽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흔한 이야기처럼 느끼고 그냥 스쳐지나 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이 이야기들에 곁들여 들려주는 오프라 윈프리의 실제 삶의 이야기들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확실한 영감을 줄 것이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으로서는 "도전하라, 그것이 당신의 삶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 줄 것이다." 이것이다. 원래 '도전'과는 거리가 멀고 안정과 평안만을 추구하며 살던 내가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이제야 '도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도전하지 않는 삶은 고인 물과 같아 흐려지고 썩어 불쾌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는 것을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 한 곳에 그저 머무르지 않기. 작은 발자국일지언정 내게 의미 있는 한 발자국씩을 내딛기. 그렇게 또 새로운 한 해를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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