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순이 : 워킹맘의 줄다리기 (7)

많이 미안해 하지 않기

by 일주일의 순이



제목: 많이 미안해 하지 않기

워킹맘이라는 단어는 그냥 들어도 왠지 짠하다. 워킹맘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여기 저기 바쁜 손짓과 얼굴,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일거리, 시간에 쫓겨 빠른 걸음으로 종종 다니는 모습이 떠오른다.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생각이 든다. 내 아이를 위한 길이 무엇일까? 내가 일을 포기하고 육아에 전념하는 것일까? 고민이 된다. 바쁜 일상 때문에 아이를 잘 챙기지 못해 마음이 아플 때는 이런 일 따위 다 그만두고 아이를 위해 시간을 더 많이 만들까? 늘 죄책감에 시달린다.

나의 딸이 어린이집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 친구들이 나랑 안 놀아줘."

순간 귀를 의심했다. 딸은 성격이 활발하고 유쾌하고 춤도 잘 추고 늘 명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친구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응? 뭐라고?"

"누구는 누구랑 놀고 누구는 누구랑 놀고 나는 혼자 놀아. 친구들이 너랑 안 놀아. 이렇게 했어."

잠시 정지. 뇌가 멈춘 느낌이었다. 심장이 쿵덕쿵덕 뛰었다. 6살인데 벌써 올 것이 왔구나.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도 빠른가? 내가 너무 어리게만 봤나?

몇 번 더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요즘 들어 색칠한 학습지를 자주 들고 오길래 우리 딸이 색칠 공부를 참 좋아하는구나 이렇게만 생각했다. 그 색칠 공부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혼자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면 당장 그만두게 하고 싶었다. 며칠을 고민하고 나서 어린이집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선생님이 일주일 정도 지켜보셨다. 그리고 이어진 상담. 이미 놀이가 시작된 무리에 용기 내서 들어가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했다. 단짝 비슷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더 친하게 지내자 딸이 겉도는 느낌이라고 했다. 등원이 늦은 편인데 일찍 오는 아이들이 이미 놀이를 시작하면 늦게 온 딸이 용기를 내서 그 무리에 들어가기를 어려워한다는 말이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전화를 받고 마음이 무거웠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였다. 등 하원을 해주시는 친정 엄마와도 이야기를 했다. 남편에게도 이야기를 하니 나랑 비슷하게 생각했던 남편도 굉장히 놀란 눈치였다.

어린이집 가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딸의 기분이 많이 안 좋을 것 같았다. 혼자 논다고 생각하고 외로움을 타는 것 같았는데 그 마음을 어떻게 보듬어줘야 할지 생각이 잘 안 났다. '무조건 친구들 무리에 들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도 괜히 더 상처를 주는 느낌이 들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용기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먼저 등원 시간을 조금 앞당겼다. 아침에 조금 서둘러 친구들이 하나 둘 올 시간에 가보도록 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보는 건 어떠냐고 딸과 이야기를 했다. 딸은 자꾸 주제를 바꾸며 집중하지 못했다.

"휴,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육아는 산 넘어 산이라더니, 조금 편해질 것 같으면 새로운 산이 딱 서있다.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쳤다.

1. 기관을 바꾸어야 하나? -> 아니야, 그건 해결책이 될 것 같지 않아. 지금 이미 늦었어.

2. 같은 단지 어린이집이 아니어서 더 그런가? -> 그럴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3. 내가 아이에게 너무 신경을 못 썼나? -> 조금 그런 편이지만 노력하자.

4. 일을 그만두고 아이에게 더 시간을 보내야 하나? ->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닌 것 같아.

여러 생각이 뭉쳐서 자욱한 연기처럼 앞이 안 보일 때 숨이 컥 막힌다. 감정적인 나는 그럴 때마다 더 사실에 입각한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한없이 우울해진다. 그래서 하나씩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해결책, 원인 등등 감정적인 것보다는 사실에 맞추어서, 그랬더니 한결 편해졌다.

이런 고민을 글로 털어놓았더니 글밥 동지가 든든한 댓글을 남겼다.

육아는 산 넘어 산이죠, 모든 일에는 시행착오가 있듯이 딸이 커가는 과정도 시행착오가 있어요.

딱 맞는 말이다. 동시에 엄청난 위로가 몰려오는 말이었다.

그래 모든 일에는 시행착오가 있지.

나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문제없이 잘 이루어지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딱 정답만. 친구들과도 잘 지내야 하고 항상 웃고 밥도 골고루 잘 먹어야 하고 책도 열심히 읽어야 하고 동생과도 싸우지 않아야 하고. 늘 잔소리하게 되는 모든 것들. 정답만을 쫓고 있던 것이다. 그러니 아이의 문제를 봤을 때도 문제가 어떻든 간에 폭풍적인 감정에 휘말려버렸던 것이다.

그래, 모든 일에는 시행착오가 있지. 이러면서 배워가는 거지. 이런 과정에서 나도 돌아보고 아이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지. 우리 관계도 살펴볼 수 있지.

그래서 여러 번 생각해 본 결과, 아이에게 정답만 쫓지 말자는 것이 결론으로 나왔다. 아이의 성격도 이제 조금 더 분화되어 외향, 내향의 성향이 드러나는 가보다. 외향적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향적인가 보다. 내향적인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외향은 10명의 사람을 만나도 괜찮지만 내향은 5명의 사람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야 충전이 되는 사람이다."라고 김경일 교수의 강의에서 타이밍 맞게 또 그 부분이 들렸다.

일을 그만두거나 휴직을 할 수는 없으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아이를 위해서 정말 진심을 담아 리액션을 해주자. 이렇게 생각했다.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마음을 보듬어주고 웃기면 같이 와하하 웃고 이렇게 리액션을 해주면 아이는 사랑이 가득한 사람으로 커갈 것 같다. 친구 문제는 너무 많이 물어보지 말고 스트레스를 주지 말자. 이것도 하나의 성장하는 과정이니까. 그래도 아이가 보내는 신호가 있다면 놓치지 말고 아이와 대화를 해보자.

결론을 내니까 몸이 한결 편해졌다. 감정의 쓰나미에 휩쓸렸는데 사실을 조목조목 따지면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

1. 사실을 따져보기

2. 폭 빠져 있는 감정에서 한 발짝 뒤로 빠지기

3. 아이에게 너무나 많이 미안해하지 말기. 엄마가 시간을 많이 못 내주는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미안해하지 않기. 조금만 미안해하고 힘내기.

4. 대신 같이 있는 시간은 사랑을 듬뿍 담아서 사랑해주기.

이게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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