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이 : 안녕하세요, 과학정보부입니다. (1)
저는 초등 과학정보부장 1년차입니다.
베테랑 부장님들이 보시면 어쭙잖게 보실 것이 뻔하여 민망합니다.
1년차라 과학정보부의 일을 낯선(날선) 시각으로 볼 수 있기에 조만간 무뎌질 저를 위해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근무교 과학정보부에서 진행하는 몇가지 사업을 주제로 변하고 있는 교육 현장과 교사, 학생들이 방향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사업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가 묻어날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글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AI마중물 사업입니다.
'마중물'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펌프 위에 붓는 물 이란 뜻(출처: 다음 국어사전)입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기초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학습 지원사업으로 운영됩니다.
보통은 AI튜터를 이용하여 느린 학습자, 기초학력진단 기준 미달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보충학습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AI마중물 사업은 서울시 초등학교 5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고, 2022년 2년차 접어든 사업으로 어찌보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튜터를 이용한 사교육 (대표적으로 아이스크림 AI홈런, 대교 써밋, 클래스팅 AI 등)이 학교로 들어와서 학생들의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가인씨가 광고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AI홈런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고, 초등 학부모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교육에서 성행하는 AI튜터를 공교육 예산으로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앞섰고, (이 부분 논의는 넘어갑니다) 기기를 이용한 학습이 학생들에게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반신반의 태도로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AI튜터를 사용해보니 학생 수준에 맞춘 방대한 양의 문제 제공에 반할 수 밖에 없고, 게임 요소를 도입한 연산 훈련은 아이들의 흥미를 돋구었습니다.
저는 학생에게 알맞은 단계를 적절한 시기에 맞춰 클릭해주고, 학생이 모르는 문제를 때때로 보충 설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AI튜터가 보조교사인지, 내가 보조교사인지 헷갈리는 지점에 서있었습니다.
교사의 정체성에 흔들릴 때 즈음에는 지도 학생에게 AI튜터보다는 교사의 설명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느린 학습자에게 열과 성을 다하여 지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느린 학습자는 제가 입에 거품물며 설명했던 내용을 다음날 잊고 오기 마련입니다. (원래 그러합니다. 반복학습이 중요합니다)
이럴 때는 가끔은 속으로 나는 무얼 했던 것인가 허탈함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튜터는 이러한 마음 내색없이 학생이게 친절하게 강의를 제공하고, 문제를 제공하겠지요.
돌고 돌아 결국 교사의 역할이 '티칭'에서 '코칭'으로 이미 변해버린 것이 아닌가, 제가 그동안 배워왔고, 업으로 삼았던 행위의 정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 전국 교육감 예비후보들의 공약과 AI마중물 사업은 교사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마다 AI보조교사로 학습 격차 해소를, 사교육비 절감을, 학생 맞춤형 교육 등을 말합니다.
기초 학습 영역에 한해서는 AI보조교사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러다이트 운동(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파괴운동)과 같은 우를 범할 수는 없지요.
(곧 닥쳐올) 미래에는 어떻게든 교사의 모습은 변화할 것이 분명합니다.
'티칭'이든, '코칭'이든 어떤 모습으로 위치할지 교실에서 제 모습을 직접 그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