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순이 : 오직 독서뿐(1)

새해 읽을 첫 책을 정해 드립니다.

by 일주일의 순이


"2020년 1월 1일에는 무얼 했나요?"

"2019년 1월 1일에는 무얼 했나요?"

위 질문들에 답을 해 보려 하니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자정에 날짜가 바뀌는 그 순간엔 아마도 집에서 가족들과 티브이에서 방송하는 새해 카운트다운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서 낮 시간을 어떻게 보냈지?' 하고 물으면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기억이 없다. 나의 2020년 1월 1일과 2019년 1월 1일과.. 그 이전의 수많은 1월 1일들, 그 외의 수많은 나날들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김신지 작가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휴머니스트, 2021)는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주는 책이다. 한 마디로 새해 첫 책으로 읽기 딱 좋은 책이다.(무슨 일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핑계로 '새해'라는 말처럼 마법 같은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이 책은 독자들에게 기록의 쓸모를 알려주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기록 방법을 알려주고, 저자 자신이 직접 기록한 예시들을 보여주며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고 독자들을 기록의 세계로 이끈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고 바로 '5년 일기'를 사서 그날로부터 벌써 123일째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이 책은 기록의 입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일기 쓰기'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일상 속 작은 행복한 순간들의 기록, 일과 삶에서 영감이 될 수 있는 소재들의 기록,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까지 삶에서 우리가 붙잡아두고 싶은 소중한 것들 - 그러나 그 소중함을 모르고 쉽게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 -을 기록하는 방법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좋은 건, 그냥 그렇구나, 하고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읽는 사람도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기록의 쓸모와 필요에 대한 저자만의 조곤조곤한 삶의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유한한 우리의 인생은 그냥 연기처럼 희미해져 버릴 수 있다고. 내 감정을 나 스스로 기록하면서 돌보라고. 즐겁고 기쁜 일을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일만 기록하면 그건 내 삶의 절반만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라고. 특히 이 마지막 항목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크게 깨우쳤다. 내 삶은 대체로 고단하고 지루한 오늘을 부정하면서 언젠가 올 여행의 날이나 쉬는 날을 기다리는 평범한 날들로 이루어져 왔었기 때문이다. 힘들고 지겹고 고단해도 그런 날도 소중한 내 삶의 하루라는 것, 그래서 내가 나를 돌보기 위해 내 감정을 기록하고, 하루하루의 날들에 이름을 붙여주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이름을 붙여준다는 건, 나의 하루하루를 매우 소중히 여겨주는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일이 아닌가.

기록하는 일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중간점검이다. 저자는 매 월말 '이 달의 OO'을 선정한다고 한다. 이 달의 책, 이 달의 인물, 이달의 새로움.... "바빠 죽겠는데 언제 그런 걸 하고 있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보내는 그 수많은 시간들.. 그중에 매일 5분? 아니면 매주 30분만이라도 자신에게 내어주면 기록은 가능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극적이고 새로운 이야기의 환상을 좇아 다니느라 정작 소중한 나 자신은 돌볼 겨를이 없다. 그 시간을 자신에게 조금만 나눠준다면, 우리가 남긴 기록들은 우리를 삶에 단단히 붙잡아 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기록은 나 스스로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이다. 내가 내 시간을 들여 만든 뿌리를 내 발밑으로 튼튼히 뻗치게 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새해 첫 책으로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자. 그러고 나서 책 속의 '기록 연습'들을 하나씩 따라 해 보자. 나도 올해엔, 5년 일기 쓰기에 더해, '이 달의 OO'들을 기록할 것이다. 휴대폰 달력에다 매달 마지막 날 오후 8시에 '월말 결산'이라는 스케줄도 입력해 뒀다. 나의 하루하루를 사랑해주는 일이 결국에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로 이어질 것이다. 2022년 12월 31일의 나에게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기록을 시작해 보자.

"누구나 자기 인생을 기록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 모든 삶은 기록될 가치가 있으니까요."(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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