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작가의 탄생
"아침에는 네발로 걷고 점심에는 두발로 걷다가 저녁에는 세발로 걷는 짐승은 무엇인가?"
정답은 무엇인가? 바로 인간이다. 이 수수께끼는 신화 속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다. 아기 때는 네발로 기어 다니고 어른은 두 발로 걷고, 나이가 들면 지팡이까지 세발로 걷기 때문에 인간이다. 이 수수께끼처럼 생애 주기를 잘 나타내는 말이 있을까? 생애 주기별로 그림을 그려 "나 여기 있소!"하고 외치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헛작가. 작가의 실명을 요리조리 위치시켜 만든 이름이다. 자칭 작가라고는 하지만 실제 작가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작가다. 허상 같기도 하고 실제로 있는 것 같고, 작가가 진짜인지 따지다가 헛헛한 기분만 드는 헛작가. 그 작가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헛작가는 초등학교 교사다. 헛헛헛...
엉뚱하지만 순수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헛헛헛.
매번 이렇게 헛헛하고 웃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대학교를 입학해야 하고, 4학년 때 초등임용고시 시험을 보고 합격을 해야 한다. 헛작가는 머릿속에 헛헛한 생각이 많고 상상이 뛰어나, 이리저리 남들이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만 열심히 공부하다가 결국 첫 시험에 낙방하고 만다. 1차 광탈.........의 슬픔을 달래며 짐승처럼 오열했다. 과 동기 친구들은 많이 붙어서 헛작가는 굉장히 슬펐다. 분명 떨어진 친구들, 나와 같이 재수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너무나도 슬펐다. 자꾸만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고, 나는 머리가 나쁘다고, 멍청하다고 자기 비하를 끊임없이 하고는 했다. 그러다가 임용 공부하느라 바빠서, 친구들과 만나기도 힘들고, 스트레스는 많이 쌓여 가서, 휴대폰으로 그림을 그렸다. 어느 순간 그린 날짜와 나만의 각인까지 새기고 이리저리 자랑을 하였다.
왜 무지개에는 회색이 없지? 그냥 그려보자. 회색 인간이란 말은 나쁘게 보이잖아. 그래도 회색은 넣어보자. 나는 비록 지금 공부 중이지만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 어느 빛깔로 한정 지을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무지개 빛 가능성이 있다.
그때 당시 좋아하던 웹툰이 있었는데, 시의 내용을 적절한 그림으로 표현해주었다. 그 웹툰을 보면서 위로받았던 것 같다. 저 시는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고 저녁노을을 담아내는 한 인간을 그려보았다.
임용고시 공부를 할 때 각종 교과서에 나오는 미술 작품 등을 외우고 있어야 했는데, 공부의 과정으로 작품을 그려보고 외워보았다. 살바도르 달리의 <바닷가재 전화기>를 내 마음대로 그렸고,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에 음악 제재곡 <도움소> 가사를 넣어서 그려보았다. 공부에 지쳤기 때문에 그림의 주제가 임용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 내 머릿속은 온통 초등임용고시였으니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느 순간 나는 공부가 악마처럼 느껴졌다. 잘 아는 것 같다가도 다 잊어버리고, 또 외우고, 또 적용해보고,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다 잡고자, 그림을 그렸다. 시도 쓰고 나를 위한 힐링을 해주었다.
내가 번데기가 된 것처럼, 공부를 하며 나를 숨기고 있으면 언젠간 나비가 되어 날아가리라는 상상을 하며 기다렸고 인내했다. 공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보듬어 주고 안아주는 마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불안감에 잠이 들 수 없을 때, 그림을 그리며 나를 북돋아주고 나에게 비난보다는 칭찬을 해주었다. 잘하고 있어, 잘할 거야!
드디어 시험에 합격했다. 힘든 시절 동안 나를 버티게 해 준 것 중에 하나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전문가처럼 잘 그리지는 못하더라도 내 마음을 고이 담아 풀어내는 과정만으로도 나는 나를 위로할 수 있었고, 힘을 줄 수 있었다. 그리하여 헛작가가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헛헛헛
헛작가는 작품 활동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인생의 주기별로 파바박 포인트 주듯이 해왔다. 앞으로도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 많은 기대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