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작가의 결혼 생활
헛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가슴 떨렸던 데이트를 떠올려보며 그림을 그렸다. 첫 만남인 소개팅 자리, 두 번째, 세 번째 만남 등을 한 장의 그림으로 그렸다.
이 그림을 보면 그때 당시의 풍경이 살짝씩 생각난다. 한강 주변을 불어오던 바람, 높은 남산 타워를 가려고 올라갔던 계단, 첫 만남의 떨림, 어색했던 식사 자리...
높은 남산을 올라간 후 정식으로 사귀어 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나중에 우스갯소리로 남산을 올라간 건 사귀기 전 체력 테스트였냐고 종합 채용 느낌이 났다며 헛소리를 했던 헛작가...
이 그림을 남편에게 보여주며 우리가 이랬었다고 하면, 서로가 과거의 자신에게 "도망쳐!" "제발 집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 혜화역에 가지 마!" 하며 사랑의 감정이 식은 듯도 보이는 장난을 치고는 한다. 벌써 결혼 7년 차가 되었으니 연애와 신혼의 감정을 잊고 육아 동지의 느낌으로 살아가는 부부가 되었다.
최근 100일 갓 넘은 아이를 키우며 부부 생활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다는 동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동료도 육아의 어려움 때문에 부부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슬프다고 했다. 나도 어렴풋이 그 시절이 생각났다.
임신하고 점점 커지는 몸, 부은 발, 헉헉거리는 숨소리 등. 허기지면 헛구역질이 올라오고 양치하다가도 헛구역질이 올라오고, 뭔가 안 맞는 음식을 먹으면 화장실로 달려가서 헛구역질을 했던, 헛작가......!! 만삭이 될 때는 배가 눌리는 느낌에 늘 옆으로 자고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격렬한 발차기를 해주던 "행복이"는 내가 힘들 때마다 힘내라는 말을 태동으로 전해주는 것 같았다. 태동은 아무리 설명해도 남편은 느낄 수 없는 것이었고 나와 아이만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끈 같았다.
이렇게 힘들었던 임신 시기가 지나 출산을 했고, 너무나도 예쁜 아기가 나에게 왔다. 정말 예쁘다.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충만함이 느껴졌다. 모든 꼬물거리는 것이 예뻤다.
하지만,,,,, 행복만큼 고통도 있었다. 아이는 2시간마다 밥을 먹어야 했고 먹고 나서는 트림을 30분 정도 시켜줘야 했다. 밤에도 똑같이 2시간 간격으로 깨서 아이를 먹이고, 트림 시키고 또 재우고. 아이가 커갈수록 이 시간은 점점 늘어나서 괜찮아졌지만 그래도 잠을 못 자고 아이를 안고 둥가 둥가 시키며 집안일도 해야 하고 힘들었다.
그런데, 이 모든 상황이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남편과의 사이도 안 좋아졌다. 나만 뭔가 더 힘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그림을 그렸다. 약간 스토리가 있는 웹툰 같이 그렸다.
나는 정말 대화가 하고 싶었다. 대화가 필요했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워야 하고, 남편은 야근이 많아 늦게 들어오면 아이 이야기를 하다가 자거나 그마저도 아이를 깨울까 싶어 조용히 잠만 잤다. 그러다 불만이 커졌다. 내가 더 힘들어, 나도 힘들어. 힘들다 보니 대화보다는 각자의 휴대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 그러니 더 답답했다. 그래서 이 만화를 그리고 여기저기 공유했다. 대화를 늘려보기로 했다. 휴대폰 시간을 조금 줄여보자고도 했다. 몇 명이나 좋아요를 누르든 상관없이, 이 만화는 나에게 동아줄 같은 느낌이 들었다. 풀어내고, 공유하고, 스스로에게도 말을 하고.
말로 설명할 때 보다 그림으로 보여줄 때 더 울림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림이 좋다. 글을 쓰는 것도 좋다. 일단 풀어내는 것이 좋다. 마음속 꽁꽁 가둬둔 감정과 생각의 활자를 캔버스라는 넓은 땅에 풀어주고 맘껏 뛰어놀라고 하고 싶다. 그게 헛작가의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