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순이 : 산에 끌려갔습니다 (1)

오늘만 꼽사리 낄게요.

by 일주일의 순이


일요일에 산에 가는 것은 2022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실행한 우리 가족의 중요한 행사다. 사실, 우리 가족 일요일 산행은 남편이 아들을 데리고 산에 가고 그동안 나는 늦잠을 자거나 집안일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었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아내를 위한 남편의 배려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2021년 내가 휴직을 하면서 조금 다른 형태를 띠게 되었다.


방아쇠 증후군, 거북목, 만성 피로 어깨 통증, 척추 측만, 소화 불량, 위장 장애, 안구 건조 등 휴직 당시 내 몸은 종합병원이었고, 5월까지 매일 정형외과, 통증의학과, 한의원을 돌고 난 뒤 낮잠을 자는 것이 일과였다. 어쩔 땐 남편과 아들이 등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도(낮 2시) 자고 있었으니 할 말이 없다.


그러던 대망의 5월 5일 어린이날.


아들이

"엄마! 엄마도 같이 산에 가자. 어린이날이잖아.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이 해준다고 했잖아. 엄마도 같이 가자아아아아아아"

이렇게 조르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잠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운동을 좋아하긴 하지만 주로 실내 운동을 즐긴다. 그리고 얼굴이 햇볕에 너무 나도 잘 타서 양산을 쓰고 다니고, 추위를 정말 싫어해서 겨울이 되면 빨래하러 뒷베란다도 나가지 않는 사람이다. 게다가 계획성은 전혀 없고 자연환경은 커다란 통창으로 바라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들이 어린이날에 같이 산에 가자고 한다.


아................................................................. 가야지..

어쩔 수 없지. 아들이 가자는데. 어린이날인데. 한 번 가보자............

정말 질질 끌려 산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남편이 고르고 골라 난이도 최하인 코스로 고른 곳이 속리산 국립공원 화북 코스였다. 속리산에서 문장대까지 오를 수 있는 최단 코스로 가족끼리도 많이 오가는 곳이니 좋은 선택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내 저질 체력을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혹시.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사지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호달달 떨려 무척추동물이 된 듯 한 착각에 빠진 적은?

이런 경험을 하고 싶다면 운동 부족인 상태로 산에 올라가 보시라.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제어되지 않는 신기하고도 더러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 :)


꾸역꾸역 정상까지 오르기는 올랐는데 내려갈 생각에 눈앞이 캄캄하다. 다리는 속절없이 떨려오지 아들이 있는데 힘든 티는 못 내겠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지금은 한 번 쉬고 오르내리는 문장대를 그때는 10번은 넘게 쉬었나 보다.


그래도 그날 본 문장대 풍경이 나를 이끌었다. 사진으로는 수없이 많이 봤고, 아이와 남편만 둘이서도 여러 번 간 산인데 직접 눈으로 보는 풍경은 사진으로 담아낸 풍경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산 옆에 또 산 그리고 또 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향연과 굽이굽이 굽이치는 계곡과 봉우리들을 보고 있노라니 비루한 육신을 끌고서라도 '여기 오기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21. 05.05 어린이날

이 날 하루 남편과 아들의 산행에 꼽사리 껴서 산에 오르고 끝내려던 가족 등산은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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