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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드로 May 15. 2024

5개 언어를 배워보다

언어는 즐거움의 원

이런 말 많이 한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다른 언어를 배워?”      

        

중산층의 필요조건을 나타낼 때 한국에서는 월 수익, 아파트, 중형차와 같이 경제력이 우선순위이지만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악기나 언어 배움이 상위권에 포함된다고 알려져 있다. 


“언어를 배운다?”

뭔가 여유로워 보인다. 나도 그 흐름에 탑승해보기 위해 두리번거리던 상황, 중국어가 맛있다는 이상한 마케팅(맛있는 중국어 시리즈)에 넘어가 첫 언어 학습에 입문한다. 이후 놀이, 꺼리를 찾다 보니 10여 년간 여러 언어들,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베트남어를 접했다. 

     

모 의과대학 교수는 50 넘어서 시작한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상급 수준까지 하고 책도 냈다. 탁월한 기억력을 보유한(학원에서 유명했다고) 그분과 달리 해마 용량이 적은 나는 대충 기본 소통하는 수준 도달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세계 100개국 넘는 나라 돌아다니면서 배운 언어를 잘 활용하여 잊혀지지 않는 즐거운 추억 만들었으니 만족한다.  


[나의 책장, 다양한 언어 책들]   

      

보통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첫 발 내 디기 쉽지 않다. 한때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여 지금까지 5개의 언어를 접하게 되었다. 일 보다 놀이를 좋아하는 나는 여행 다닐 때 더욱 즐거운 추억 만들어보고자 하는 목적이었고 만약 공부로 생각했다면 본능이 거부했을 것이다. 또한 욕심은 모든 고통의 근원이니 기대치를 낮추고 편한 마음으로 했고 한 100 단어만 알아도 기본 의사소통은 문제없었다. 

“아래는 평범한 사람이 즐거운 인생을 위해
여러 언어 배워본 이야기다.”      


1. 중국어 : 맛있어? 나에게는 비계 덩어리였다.      


인천 앞바다에서 직선거리 400km에 불과해서 인천시 웨이하이구로도 불리는 중국 작은 도시. 사업하는 친구가 있어 몇 번 놀러 갔는데 지방 소도시라 그런지 영어가 거의 안 통한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기 이전이라 번역 어플이 없는데 원, 투, 쓰리, 호텔 같은 아주 기본 단어조차 안 통한다. 택시 타면 기사가 목적지를 못 찾아가고, 간단한 물건 흥정도 안된다. 답답한 마음에 중국어 시작한다. 첫 번째 제2 외국어 시작이라 이왕 하는 김에 흔적 남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2년 꾸준히 하면서 HSK 5급을 획득하긴 했는데 이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나의 순두부 같은 머리에 기억력도 저물어 가는데 특정 시험 통과하려고 용쓰다 보니 스트레스받았다.     


원래 '학습' 이라는 말은 논어의 유명한 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不亦說乎兒),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즉 배우면 즐거운 건데 왜 스트레스를 받는가? 학창 시절 돌이켜보면 시험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뭐 내가 취직이나 경력 쌓으려고 언어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놀이를 위한 취미인데 시험을 볼 필요가 있었을까? 나의 기본 놀이 정신에 위배되니 반성했다.  

    

이후 다시는 언어 시험 안 보기로 했고, 좀 더 평온한 마음으로 즐거운 놀이 삼아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중 상급 수준까지 배웠던 중국어는 친구가 사업에 쫄딱 망해 귀국하는 바람에 다시 중국에 갈 일도 사라져 정작 활용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전 세계 200개국 다 가려고 계획하는 나로서는 중국 이외에 써먹을 나라가 거의 없으니 정말 비효율의 극이다. 기억나는 활용? 버스 타고 가다가 아는 중국어 문장 보이길래 본능적으로 중얼거렸는데, 옆 자리 앉은 아저씨가

“어 중국어 잘하네요?”     


이제는 배운 지 10년이 넘어가니 기억은 안드로메다로. 비록 2년 학습 아미타불 되었지만 학습하는 동안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그 자체로 행복했다.       

    

2. 스페인어 : 내 인생에 가장 잘한 No.1      


이후 2014년도 쿠바, 처음으로 중남미권 여행 계획하면서 시작했던 스페인어를 배운 건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중남미는 포르투갈어 사용하는 브라질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스페인어 사용하는데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처음 간 쿠바였지만 스페인어 배웠기에 너무나 즐거웠고 추억이 방울방울 했다. 그래서 쿠바를 한 번 더 갔고 이후 자신감 얻어 중남미 전 지역을 돌고 그 무시무시한 살인율 1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까지 가서 음주가무를 즐겼다. 그렇게 미지의 지구 반대편 세상을 연속으로 가게 되고, 나의 최애국 콜롬비아도 발견하게 된다.     


당시 종로에 있던 펠리스 어학원이라는 곳에 등록해서 기초부터 수업했다. 기본 문법 6개월, 회화반 3개월, 총 9개월을 마치고 나니 신기하게 어느 정도 말이 되더라. 즉 기본 의사소통은 가능하게 되었다. 스페인어는 비록 동사 변화가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참 쉬운 언어다. 수업 첫날, 강사분이 스페인어 알파벳을 칠판에 적어두고

"자 이제 여러분은 2시간 뒤 모든 스페인어를 읽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정말로!  오옷!”     

         

기본 알파벳이 영어와 거의 비슷하고, 몇 가지만 추가로 알면 된다. 또한 보이는 그대로 발음이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후 문법이 전체적으로 쉽고 영어와 유사한 단어도 많아서 재미있게 배웠고 조만간 쿠바 가서 써먹을 생각에 가슴 충만했다. 재밌게 놀기 위한 목표가 있지 아니한가! 


처음 스페인어 배울 때는 다양한 동사 변화를 정확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지나고 보니 내가 뭐 시험 보거나 비즈니스 할 것이 아니고 대략 의사 전달만 하면 되는데 뭔 필요?

"그까짓 거 무시하고 대에충 하면 되지~~"      


복잡한 문법은 무시해 버리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당연히 현지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후 이야기에 나오지만 머나먼 중남미에서 수많은 인연과 사건이 있었으며 평생의 추억으로 남는다.            


3. 러시아어 : 언어가 아니라 과학, 좌절감을 OTL.      


중남미를 여러 번 둘러보고 나니 러시아와 동유럽권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처럼 보다 즐거운 여행 만들기 위해 러시아어 배우기 시작한다. 언어 배울 때 초기에는 정확한 발음과 기초를 배워야 하기에 온라인 강의보다는 직접 학원 다니기 추천한다. 그렇게 약수동에 있는 푸시킨 어학원에 등록해 다니는데 고난의 길이었다. 나는 즐거운 인생, 놀이를 위해 언어 배우는데 러시아어는 나에게 좌절감을 주었다.     

”무슨 놈의 문법이 이리 복잡?“

”이건 언어가 아니라 과학이야, 안 해!“     


단어는 라틴어 계열인 스페인어, 영어와 달리 유사성이 전혀 없어 훨씬 암기가 힘들었다. 예를 들어 영어로 가족은 Family(패밀리), 스페인어 Familia(파밀리아) 반면 러시아어는 Cемья(씸뱌). 또한 주어나 동사에 따라 어미가 계속 변하기에 단순히 단어 암기해서 나열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계속 그 뒤가 어떻게 변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학원 수업 들을 때마다 단순함을 좋아하는 나의 순두부는 스모그가 낀 듯 먹통이 되었고 결국 6개월 만에 백기 투항, 평온을 얻는다. 영어는 상대적으로 쉬운 언어였구나 라는 깨달음! 그리고 현지 동유럽권 젊은 친구들 대부분 영어 잘해서 위안이 되었다.   

        

4. 베트남어 : 어렵지만 달콤한 추억으로      


러시아어에 큰 충격을 받은 나의 연약한 순두부 덩어리는 한동안 다른 언어 배우기에 겁먹고 움츠려 있었다. 나긋한 스페인어(노래가 정말 감미롭다)를 접하다가 러시아의 붉은 강적을 만나니 의욕 상실. 그런데 또 다른 강적 베트남어를 접하게 될 줄이야. 앞서 중국, 스페인, 러시아어는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많거나 여러 나라에 걸쳐 공용어로 사용되는 범용 언어다. 반면 베트남어는 오직 한 나라에서 사용되는 데다 6개의 성조나 있다는 괴랄함에 배우려는 외국인이 매우 드물다.      


베트남은 지리적으로는 동남아에 있지만 그들의 성향이나 외모는 동 아시아에 가까웠고 우리와 비슷했다.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본 업 이외에도 여러 일 하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이 강렬했다. 이전에 여러 나라들을 가본 경험으로 ‘아~ 그간 개방을 안 해서 그렇지 향후 정말 발전하겠구나!’ 확신이 들었다. 예전 대우 김우중 회장이 엄청난 투자 했다는데 나도 자기 믿음을 완결시키고 싶었는지 덜컥 수억 원짜리 현지 아파트도 계약하게 된다.


아파트 계약서가 베트남어 + 영어, 그런데 베트남어 해석이 먼저란다. 이거 위험한데? 움찔해서 물러났던 순두부는 다시 긴장했고 그렇게 베트남어에 입문 시작 되었다. 종로, 신촌, 강남에 있는 학원들 2년 꾸준히 다니자 성능 나쁜 해마가 장착되었음에도 결국 기본 대화 가능 해졌다. 반면 앞서 배워왔던 언어들은 허무하게도 빠르게 지워진다. 하지만 

”배울 당시 기대감에 즐거웠고, 매우 달콤한 추억이 방울방울 남는다 “      


이후 전 세계 다니면서 총 맞아보고 메롱 약물도 맛보는 등, 달고, 쓰고, 맵고, 짜고, 다양한 추억들이 길이 남게 된다. 앞서 언급 한것  처럼 프랑스에서 중산층 정의하는 기준의 하나가  

‘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하며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출 것’

이라는데 나는 여러 외국어 장착해서 100개가 넘는 나라를 다녔으니 프랑스의 중산층, 아니 그이상 자격이 된다고 흡족한 표정 지어본다. 그리고 40대 시절 마음의 자산으로 남긴 즐거움에 가슴 충만하다.      


Tip.

언어는 처음 배울 때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소통에 중요한 발음이 망가지면 되돌리기 어렵기에 처음에는 학원에 직접 가는 게 제일 낫다. 여건이 허락지 않는다면 줌 수업이라도 참여해서 강사와 소통하는 강의 권장한다. 유튜브나 피동적인 영상 강의? 꾸준히 계속하는 경우 못 봤고 결국 시간 낭비다. 파고다 어학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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