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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사람들 . 구원을 믿는 남자와 구원을 믿지 않는 남자. 이미 삶이 구원인 남자. 구원을 기다리는 남자. 내가 구원이길 바라는 남자. 나에게서 구원을 찾지 않는 남자. 이 모두 중에는 어쩌면 한심하게 널 기다리지 않을 수 있는 까닭이 있을 것이다. 아직 찾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너를 만났던 이유는 분명 어딘가엔 있을 것이다.
그때 그 남자는 잘 지내려나. 하고 그냥 발톱깎듯이 퉁 . 하고 튕겨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도 난 그 남자와 나누었던 대화 몇줄을 기억하는 최소한의 예의와 성의가 있다.
구원을 믿는 쪽 혹은 믿지 않는 쪽 둘 중 어떤 것이 나와 결이 맞는 삶의 관점 인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서로 멀리 떨어진 양 극단에 내 짧은 양쪽 두 다리를 한쪽씩 뻗고 있다가는 내 가랑이가 쩍, 하고 찢어지고 말 것이다.
나는 그 어느 한 가운데를 정해 어떻게든 다리를 모으고 정착해야 한다.
적당히 밥을 먹고 적당히 대화를 하고 적당히 커피를 마시고 적당히 사랑을 해야지 . 뭐든지 적당히.
세상 가장 어려운 적당히 그게 새삼 참 어려워서 나는 이렇게 헤메이는 것이다.
내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사람들. 구원을 믿는 남자와 구원을 믿지 않는 남자. 이미 삶이 구원받은 남자와 구원을 기다리는 남자. 나는 그 아무 쪽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서로의 손바닥을 쭉 뻗어 맞댄 면적의 너비의 차이를 대어 보는 것. 작은 키를 쭉 뻗어 까끌까끌하고 단단한 턱밑에서 입술 넘어 눈썹뼈까지 올려다 보는것. 그리고 귀를 잡아 당겨 입을 맞추는 것. 밤길을 걷다가 손등이 스치는 것이 부끄러워 냉큼 깍지를 둘러 서로를 잡아내는 것. 맨 몸으로 안고 손으로 어깨 너비를 둘러보다 깜빡 잠에 드는 것. 이마에 흐트러진 머리칼을 귀 뒤에 끼워넣는 것. 뒤통수를 손가락 마디로 쓰다듬고 문지르는 것.
지나간 밤들에 이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내가 안중에도 없는 남자들.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남자들.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자주 나를 가졌다가도 잡은 손바닥이 끈적거린다 싶으면 이내 또 휙 하고 버려버린다.
이 일이 자연스럽지 않았지만 자연스러워 지기까지 나는 아주 많이 다치고 주저 앉았어야 했다. 쉽게 감동하지 않는 강인함 . 이건 솔직히 비참하고 멋이 있는 나의 또다른 후천적 재능이다. 그래도 오래도록 억지스러운 노력끝에 길러온 낙천이 내 자질이라 난 아직 의심 없이 사람들을 잘 믿고 따른다.
내가 생각하기에 외로움과 싸우는 일은 평생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얼마전 찾아낸 내 삶 전반에 걸친 결핍의 뿌리를 뽑아 내지 않고 그대로 담아두는 까닭은 그 뿌리 박힌 땅덩이 조차도 내 육신의 일부임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듣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게 좋은 노래. 고개를 끄덕이거나 발바닥을 흔들면서 이 노래를 듣다가 듣다가보면
쾅쾅 거리는 전자음으로 가락을 맞춰가다보면 어느새 또 네 얼굴이 보이는 신기한 기억들이 마음을 역류하는 것이다. 그것이 참 괴로웠는데 지금은 그려려니 한다. 습관처럼 분홍색 동그라미를 눌러보면 그 속엔 또 많은 노래가 있다.
그렇게 몰래 구걸한 알파벳 몇자로 나는 내일 아침을 기대하면서 눈을 감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내가 너에게 얻어낼 것은 그것 뿐이다 . 있잖아. 한때는 내가 부러워 했던. 너가 그 도시에서 주워들고온 값이 싸고 귀한 모든 것들.
한 몸 바닥 가득 규칙없이 조잡한 문신이 빼곡한 남자. 말없이 새긴 문신 한 조각이 서운하지 않은 남자.
혹은 하얀 팔뚝 안쪽을 내어보이며 장 미쉘 바스키아를 아느냐고 묻는 남자 . 말없이 반대쪽 팔에 벌의 옆모습을 새긴 남자. 나는 그 남자가 나 모르게 말없이 새긴 문신 한 조각이 그렇게 서운했었다.
아주 쉽게 나를 속일 수 있었던 남자. 물휴지 쓰듯 나를 뽑아쓰고 버린 남자.
그리고 또다른 누구는 이제는 내가 두렵다며 떠난 남자 .
아무래도 내가 가장 궁금한건 나를 두려워 했던 그 기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