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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가사리 Mar 05. 2021

단야밧, 토요일의 특식

인도 올드 델리 | 탄두리 치킨과 난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건 ‘남이 차려준 밥’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하고 매일 식사를 준비하며 알게 됐다. 집밥이 더부룩하지 않고, 속이 편한 건 만드는 이의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서다. 


스무 해가 될 때까지 당연한 듯 엄마의 밥을 먹다가, 처음으로 남이 차려준 밥을 먹은 건 스물한 살의 여름이었다. 대학을 휴학하고 인도에서 일 년을 보내기로 했다. 올드 델리의 허드슨 라인, 인도인 친구들과 함께한 셰어하우스. 아침은 당번을 정해 준비했지만, 점심과 저녁을 책임지는 남자 요리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무니였다. 매일 조금씩 종류가 바뀌었지만 흩날리는 쌀, 수프 같은 달, 컬리 플라워 볶음, 카레, 짜파티가 주로 나왔다. 가끔 한국에서 가져온 김으로 밥을 싸면 밥알은 모두 흩어졌다. 엄마 밥이 그리웠다. 밥을 남기면, 무니는 자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짧은 영어로 내게 물었다. “노- 딜리셔스? (맛없어?)” 그럼 나는 그의 앞에서 과장하며 배를 두드렸다. ‘배가 불러요!’ 걱정스러운 표정의 그의 모습이 꼭 엄마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토요일 저녁이면 모두 행복해졌다. 특식으로 치킨이 준비된다. 평상시엔 짜파티를 굽던 화덕 안 쪽에선 하얀 반죽의 난이 구워진다. 무니는 미리 양념한 닭다리들을 인도 전통 화덕인 탄두르 안으로 넣었다.


“디스 이즈 탄두리 치킨, 베리 베리 딜리셔스. 투데이. 노 프라블럼!”


하얀색 요리사복을 입은 그는 화덕 앞에서 더 신나 보였다. 나는 그 앞에 서서 탄두르 화덕을, 그 안에 붙어서 구워지는 난을 구경했다. 바로 따끈하게 구워진 난을 맛볼 수 있었다.


“비 케어풀! 베리 홋트! 홋트! (조심해, 아주 뜨거워)”


인도식 악센트의 그의 영어에 유난히 힘이 들어가 있다. 접시에 난을 담고 군데군데 검게 그을린 겉면의 탄두리 치킨을 받는다. 나이프로 속을 자르면 안은 촉촉하다. 그 날은 거실에 모인 모든 이들이 깨끗하게 접시를 비운다. 무니는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콧수염 가까이 입꼬리가 올라온 그의 미소가 보였다. 그때의 요리사 무니,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델리에 왔다. 떨어져 사는 아내와 딸을 보고 싶어 했는데, 나는 어쩌면 그의 그리움도 함께 먹은 걸까. 지금은 무니가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밥을 먹고 있으면 좋겠다. 우리를 위해 만들었던 탄두리와 난이 그의 가족 식탁에도 올라와 있기를

 

'단야밧(고마워요). 당신이 해준 밥은 늘 맛있었어요.'

Old Delhi, India _ 요리사 무니가 만들어준 토요일의 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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