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가사리 Oct 28. 2022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가나 | 망고나무 

아프리카 가나 출장에서 처음으로 망고나무를 보았다. 방콕, 케냐를 경유해 20시간 만에 도착한 가나 아크라, 다시 사업장을 향하여 7시간을 달려야 하는 차 안에서 길가의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유심히 창밖을 보는 내게 옆에 앉은 가나 사무소의 직원 티모시가 말했다.      


“망고나무야. 망고 좋아해?” 

“좋아하지! 한국에선 비싸. 망고나무는 처음 보는 걸.” 

“여기서 자주 보게 될 거야.”     


마을에 도착하여 방문한 아이들의 학교는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교실이 부족했다. 저학년 아이들은 모두 밖의 큰 나무가 드리운 그늘 아래 앉아 칠판에 쓴 선생님의 글씨를 따라 읽었다. 서아프리카 가나의 햇살은 무척 뜨거웠다. 하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가면 서늘했다.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잎사귀가 풍성한 망고나무는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그늘이 되어준다.      


“물이 부족한 이곳에서 잘 자라는 나무야. 시원한 그늘도 되어주고, 많이 열리는 열매를 따서 시장에 팔 수도 있지. 참 고마운 나무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렸을 때 읽은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났다. 주인공 소년에게 자신의 모든 걸 내어준 나무 한 그루. 그 나무의 모델은 망고나무가 아니었을까. 숙소로 돌아오는 길, 차를 세운 티모시는 길가에서 한 여성이 대야에 담아 팔던 망고 열매를 사서 내게 주었다. 그는 내게 자신이 태어난 요일로 알 수 있는 가나식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토요일에 태어난 나는 ‘아마’였다.      


“아마, 가나에 와줘서 고마워. 우리의 만남이 네게도 의미 있길 바라.” 

“티모시, 나도 참 고마워.”      


나보다 한참 오래 인생을 살아온 그는 매 순간 겸손하고 다정했다. 사람들의 필요를 살피고, 작은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여 그가 건넨 망고를 가방에서 꺼냈다. 적당히 연둣빛이 돌면서 노르스름한 껍질의 망고를 잘랐더니 달콤한 향이 물씬 풍겼다. 씨가 있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을 자르니, 크고 넓적한 씨에 약간의 과육이 붙어있다. 그날 만난 한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작은 손으로 이 큰 망고 씨앗을 꼭 잡고 맛있게 먹고 있었지. 나도 아이처럼 망고 씨앗을 꼭 잡고 맛을 보았다.       


    

Ghana, Africa _ 망고나무 


매거진의 이전글 기차의 모닝 짜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