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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가사리 Oct 30. 2022

이럴 빠에야

스페인 | 빠에야 

바르셀로나의 겨울은 모스크바와 달랐다. 잊고 있던 콘크리트의 맨 살을 만나는 것도 , 따스한 햇살에 코트를 걸치고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도, 남편과 함께 간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윙크를 하는 청년을 보고, 아- 여기 모스크바가 아닌 바르셀로나지! 깨닫고야 만다. 스페인을 안 가 본 사람은 있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여행을 다녀온 대부분의 이들이 추천할 정도로, 그래서 우리는 첫 도시로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음식도 맛있죠, 날씨도 좋죠. 슈퍼 물가도 저렴하죠! 4월쯤 바르셀로나에 오면 따뜻한 바람이 살의 솜털을 스칩니다. 그 기운을 여러분이 아셔야 하는데, 제가 스페인은 주변의 다른 나라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는데, 아마도 동남아시아의 태국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가 태국 여행 정말 많이 가잖아요." 

바르셀로나 거리를 걸으며 이어폰으로 가이드의 스페인 예찬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태국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아직 싫어하는 사람은 못 봤는데! 심지어 주변엔 모두 태국여행 마니아들 뿐이라, 친절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 기분 좋은 날씨, 습해도 들어가면 에어컨이 빵빵한 쇼핑몰들. 스페인과 꼭 닮았다. 

우리처럼 잠시 모스크바의 겨울을 피해, 바르셀로나에 여행 온 남편의 후배 커플을 만났다. 늘 모스크바에서 한번 식사하자는 약속이, 바르셀로나의 레스토랑에서 이뤄질 줄이야! 이미 우리보다 더 많은 스페인 여행의 경험이 있는 그들을 통해, 메뉴를 추천받고 골고루 다양하게 주문했다. 그리고, 꼭 먹어야 했던 빠에야! 심지어 먹물 빠에야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음식은 왠지 소개팅할 때는 못 먹을 거 같아요."

"하하, 부부니까 괜찮아, 이미 또 커플이고- " 

오징어 먹물을 넣어 까만 빠에야가 넓게 펼쳐진 흑미처럼 보이기도 했다. 숨어있는 오징어와 조개, 해산물들과 함께 진하고 깊은 맛의 빠에야. 밥순이에게 빠에야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무엇이든 맛있다. 오징어 먹물을 넣은 것도, 토마토소스를 기본으로 한 것도, 바르셀로나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빠에야를 먹었는지! 매 끼니마다 생각나는 빠에야 때문에,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이럴 바에야!(빠에야) 장비를 사야겠어. 결국 여행의 마지막 날, 나는 바르셀로나의 주방용품을 파는 가게에 들렀고 빠에야 전용 프라이팬을 샀다. 빠에야 맛의 비밀은 이 널찍한 프라이팬에 있겠지. 아마도- 아직 제대로 사용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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