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맞은 첫 계절
모스크바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물었다.
“모스크바 어때요?”
“너무 좋은데요? 여름인데 끈적이지도 않고, 하늘도 맑고, 구름도 너무 예뻐요.”
“아, 아직 겨울을 안 겪어봤죠. 지금을 많이 누려요.”
그들은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산뜻한 여름이었다. 내리쬐는 햇볕은 뜨거웠지만, 나무나 건물이 만든 그늘 안은 시원했고, 상쾌한 바람이 콧등을 스쳤다. 추석이 오기 전의 한국의 가을 날씨. 단 며칠이면 훅 지나버려 늘 아쉽기만 했던 짧은 가을이 이곳의 여름과 똑 닮았다. 만날 때마다 날씨 예찬을 늘어놓는 내게, 사람들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일단 겨울 한번 겪어봐.’라는 말을 꾹 참고 있었다는 걸,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여름의 모스크바. 사람들의 움직임은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쳤다. 갓 이 도시에 입성한 나는 그해 여름, 모스크바와 사랑에 빠졌다.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의 이름을 딴 고리키 공원 (Парк Горкого)은 지금껏 내가 갔던 많은 공원이 작은 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도시를 가르는 모스크바 강과 인접한 공원의 선착장에선 유람선을 탈 수 있고, 큰 공터에선 춤을 배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넓은 풀밭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내리쬐는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남편과 나는 햇볕을 피해 잠시 공원 안의 노천카페를 찾았다.
“너무 좋다. 여름 너무 좋아.”
“이 노천카페는 여름에만 여는 곳이야. 지금 많이 누리자.”
짙은 녹음과 활기찬 사람들을 보는 것으로 내게도 활력이 생겼고, 거리의 연주를 들으며 나도 흥이 났으며, 야외에서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나뭇잎들 사이 햇살을 느끼며 마시는 커피는 더 향긋했다. 습도가 없어 끈적이지 않는 뽀송뽀송한 살결도 처음이다. 오감이 즐겁다.
“어머, 그러고 보니 나 알레르기 비염도 사라졌어!”
여름의 장마철에 더 심해졌던 비염도 한국에 두고 왔다. 코가 뻥 뚫리니, 마음도 뻥 뚫렸다. 장갑과 목도리를 하고 코끝이 차가운 겨울을 좋아하던 나는 인생 처음으로 여름이 좋아졌다. 이곳 모스크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