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라는 보색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

by 불가사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왔다. 9월이 가까워지면서, 모스크바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이 곳의 날씨가 겨울을 목전에 둔 흐리고 쌀쌀한 늦가을이라면, 지금 암스테르담은 반짝이는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지는 절정의 가을 날씨다.


2019년 8월, 쾌청한 가을 날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한 달 동안 혼자 있으면 힘들 텐데, 잠시 여행을 다녀오면 어때?”


갑작스레 한 달의 출장을 떠나게 된 남편은, 홀로 모스크바에 있게 될 나를 걱정했다. 결혼 한지 1년, 이렇게 길게 떨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결혼 전 홀로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그와 결혼하면서 ‘함께하는 여행’이 더 좋아졌다.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삶을 꾸린 부부는 서로 더 의지할 수밖에 없다. 말이 통하고, 공감을 할 수 있는 이도 곁의 단 한 사람뿐이니까... 겨울이 긴 모스크바에서, 외출이 자유로운 소중한 여름에 갑자기 출장이라니! 나는 볼멘소리로 말했다.


“혼자는 재미없을 것 같아.”
“네덜란드 어때. 가고 싶어 했잖아.”


네덜란드, 우리가 함께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였다. 남편은 먼저 답사하고 오라며 내게 비행기 티켓을 건넸다. 그는 싱가포르로 출장을 떠났고, 그가 떠나고 3주 후 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자전거와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

남편에게 서운하고, 섭섭했던 마음은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면서 조금씩 옅어졌다. 암스텔 강 하류에 둑을 쌓아 만든 간척지, 배수시설 운하가 발달한 이 도시 곳곳에 수로가 있었다. 맑고 쾌청한 날씨, 도로를 누비는 자전거, 러시아와 달리 활짝 웃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딱딱했던 마음은 점점 누그러지고, 설렘으로 차오른다.


반 고흐 미술관 가는길

예약했던 반 고흐 미술관에 갔다. 연대기 별로 그의 작품이 대부분 전시되어 있다.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그의 그림 속으로 빠져들었다.


친절한 한국어 가이드 :)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생레미 정신병원에 있을 때, 동생 테오의 아이가 태어난 소식을 듣고 그렸던 ‘꽃피는 아몬드 나무’를 본다. 아몬드 꽃은 긴 겨울을 이겨내고 초봄에 가장 일찍 핀다.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한 반 고흐만의 표현이었다. 테오는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빈센트라고 지었고, 그 빈센트가 지금의 반 고흐 미술관을 설립했다고 한다. 주변의 자연을 그렸고, 색으로 감정을 표현했으며 자신의 강한 관념을 그림 속에 투영한 사람. 그의 그림을 보는 내내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꽃피는 아몬드 나무 (1890, 반고흐 미술관)


또 한 장의 그림 앞에 섰다. ‘연인이 있는 정원(1887)’이었다. 해바라기, 별이 있는 풍경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색상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결혼 이후 홀로 한 여행이어서였을까, 그림 속 연인들의 모습을 보며, 출장을 떠난 남편을 생각했다. 오디오 가이드에서 친절한 그림 설명이 흘러나왔다.


연인이 있는 정원 (1887, 반 고흐 미술관)


“봄날의 정원, 커플들이 보이나요? 반 고흐는 남편과 아내처럼 서로를 완벽하게 하는 색의 조합으로 이 그림의 연인을 표현했어요.”


서로의 보색으로 남자와 여자의 옷을 칠했다는 반 고흐의 섬세함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설명을 듣고 천천히 그림을 다시 살폈다. 꽃이 핀 나무들 사이 팔짱을 낀 오른쪽 연인도, 벤치에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는 듯한 연인도 그 자체로 완벽하게 보였다.


반 고흐 미술관, 1층 기념품 파는 곳

반 고흐 미술관 1층에서 ‘연인이 있는 정원’의 엽서를 한 장 샀다. 서로 다르지만, 억지로 섞지 않고 남편이 가진 고유의 색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에게 편지를 썼다. 함께한 지 1년, 앞으로도 서로의 색을 존중하며, 부족함을 채워주는 부부로 칠해지길 바라면서...


러버덕 반 고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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