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속 깊은 이성친구

페이스북이 알려준 과거의 오늘

by 불가사리


페이스북이 알려준 ‘과거의 오늘’. 그때의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또 한 번의 연애가 끝났고, 또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두려웠다. 소개팅에 망설이면, 친구들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며 일단 모두 만나보라고 했다. 밀고 당기는 ‘썸’을 탈 에너지는 없고, 한 번으로 그치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30대에 접어든 내게 ‘감정을 저울질하는 연애’는 더 이상 설렘이 아닌, 피곤한 것이 되었다.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일에 쏟았다. 주말이면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우연히 펼친 장 자끄 상뻬의 그림책 <속 깊은 이성친구>. 책 속의 문장들이 마음을 콩콩 두드렸다.


우리의 행복은 우주처럼 한이 없었다.
감정의 저울질이 필요 없는 참으로 무던한 사람과 담백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_ 장 자끄 상뻬 <속 깊은 이성친구>


각각 다른 페이지의 그림과 글이 었지만, 이 문장들이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었다. 감정의 저울질이 필요 없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우주처럼 한이 없는 행복은 어떤 것일까? 나는 ‘속 깊은 이성친구’를 오랫동안 찾고 있었다. 그때의 작은 바람을 페이스북에 기록했다.




2012년 8월 28일. 나의 페이스북 게시물


8년이 지난 지금. 나는 ‘감정의 저울질이 필요 없는 참으로 무던한 사람’과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산다. 해외에서 부부가 단 둘이 살아가는 삶은 담백하다. 술도, 담배도, 게임도 하지 않는 부부. 좋은 카페를 발견하고 카푸치노 한 잔에 행복한 우리. 남들이 보기엔 싱겁고 심심한 삶처럼 보여도, 서로에겐 간이 딱 맞는 담백한 인생이다. 내 곁에 있는 ‘속 깊은 이성친구’와 함께한 지 두 해가 지났다.

우연한 계기로 ‘웨딩해’ 란 사이트에 연애와 결혼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기고하는 글을 쓰며, 마음속에 가라앉아있던 이야기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나와 그,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살다 보면 지금의 ‘속 깊은 이성 친구’가 ‘속 좁은 이성 친구’로 바뀔 때도 있겠지. 그럼 이 글들이 나의 첫 마음을 살필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또, 어쩌면 과거 그때의 나처럼 ‘감정의 저울질’에 지쳐버린 한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