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 마음이 크게 불편한 적이 두 번 있었다. 베트남은 화폐 단위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크다. 시작이 천동부터니까 말이다. 그래서 여행객들이 가끔 실수로 2만 동을 내야 하는 걸 20만 동을 내곤 한다는 후기를 봤다. 다행히 나는 그런 적은 없지만 오히려 반대로 돈을 안 낸 경우가 있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그쪽도 나도 정신이 없어서 거스름돈만 받고 정작 내가 내야 할 돈을 안 낸 것이다. 이번 여행의 회계를 맡은 나는 돈 계산을 맡고 있는데 이 사실을 달랏 가서 알게 되었다. 50만 동이 오버된 것이다. 한국돈으로 하면 3만 원 정도지만 여기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니 달랏에서 있는 3박 4일 동안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달랏 3박 4일 여행이 그렇게 신나지는 않았다. 비도 매일 왔고, 달랏이 고지대라 약간의 고산병으로 힘들었기 때문이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나트랑에 오자마자 시장으로 가서 번역기를 돌려 상황을 설명하고 돈을 돌려줬다. 번역기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과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그녀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돈을 안 받고 깜박한 자신이 실수한 거라며 우리에게 코끼리 바지를 공짜로 주려고 했다. 실수한 건 오히려 우린데 말이다. 그녀와 번역기를 통해 옥신각신 했다. 우리는 돈을 내고 사겠다고 하고 그녀는 그냥 주겠다고 하는 시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흥정하는 모습과는 반대의 모습이 벌어진 것이다. 적당히 깎은 가격으로 금액을 맞춘 뒤 바지를 사고 가계를 나왔다. 그 이후부터는 여행이 다시 즐거웠다. 나트랑으로 다시 넘어와서 인지 아니면 불편한 마음을 털어버려서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른 한 번은 나트랑에서 달랏으로 넘어갔을 때이다. 이제 보니 달랏이 문제였던 건가? 나트랑에서 달랏으로 넘어가는 리무진을 타면 호텔 앞에 내려준다. 우리도 리무진을 타고 갔는데 기사가 엉뚱한 곳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이다. 구글 맵에서 알려주는 호텔의 위치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말이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어서 여기가 아니지 않냐고 항의했지만 기사는 영어를 못하는지 내리라고만 했다. 어쩔 수 없이 내려서 비를 맞으면서 구글 지도에 의지 해 숙소를 찾았지만 우리가 찾는 숙소가 아니었다. 다른 호텔 직원에게 물어서 우리가 가기로 한 숙소를 안내를 받고 다시 비를 맞으면서 이동했다. 호텔을 찾은 순간 우리는 당황했다. 아까 기사가 내려준 곳이 바로 그 호텔 앞이었던 것이다. 구글에 호텔 위치가 잘못 등록되어 있던 것이다. 내려 준 곳에 머리 위 간판만 봤어도 바로 알 수 있었던 사실을 우리는 기사를 탓하기 바빠 주변을 못 본 것이다. 비 속에서 30분간 헤맨 탓에 숙소 근처 아무 피자 가게나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지만 맛도 없고 값도 비쌌다. 게다가 기사를 향한 비난 섞인 말을 한 스스로에게 조금 창피했나 보다. 결국 베트남에 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날 소화제를 먹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냥 한 번쯤 일어날 해프닝이지만 그 와중에 나에게 생기는 불편한 마음이 여행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알게 된 사건이었다. 시장에서의 실수 때 아내는 돌아가서 돈을 주면 되는 일이라고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해 결국 달랏에서의 여행을 망쳤다. 결국 아내의 말대로 돌아와서 돈을 주니 바로 해결될 일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마음이 불편할 경우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계속 가지고 다니면 여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즐거운 여행을 원한다면 해결될 일이면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가는 일이라면 그냥 지나가게 놔두어라. 좋은 풍경과 멋진 경험으로 생기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채우기에도 여행의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