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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llee Mar 23. 2023

퇴사 후 여행 - 이집트 편 7

 후르가다에서 1박을 한 뒤 점심에 카이로로 이동했다. 후르가다에서 카이로까지 약 6시간이 걸린다. 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달리면서 이집트가 사막의 국가라는 확실하게 인식했다. 오랜 세월 쌓이고 깎인 모래들을 보면 사막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버스는 달려 해가 지고 나서야 카이로에 도착했다. 카이로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이날의 여행 목적은 달성이다. 비록 관광지는 돌아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눈앞에 피라미드가 나타났다. 이제는 볼 일이 없을 것 같았던 피라미드가 창 밖에 나타난 것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로 가는 일정인데 식당이 피라미드 근처에 있었던 것이다. 조명을 받아 선명하게 보이는 피라미드를 보니 왠지 여행의 보너스 같은 느낌이었다.  첫날 피라미드를 봤을 때는 의외로 무덤덤했는데 보너스로 피라미드를 보니 왠지 조금은 아쉬웠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다시 올 것 같은 곳이 있는가 하면 다시는 못 올 곳 같은 느낌이 드는 나라가 있다. 이집트를 다시 올 확률은 거의 없기에 생전에 보는 마지막 피라미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히 지나치는 피라미드를 뒤로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은 알렉산드리아를 가는 일정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제국을 세운 뒤 자기 이름을 붙인 도시 중 한 곳이다. 지중해에 위치 한 항구도시로 이집트에서 카이로 다음으로 발전 한 도시이다. 예전부터 과학과 예술이 융성했던 도시이다.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파로스 등대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비록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 명성만큼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파로스 등대는 지진으로 무너 진 뒤 바닷속에 잠들어 있고 그 자리에는 이후에 세워진 카이트베이 요새만 남아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예전 모습이 아닌 현대에 와서 새로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고자 만들었다. 지금 남아 있지도 않은 과거의 유물을 보러 알렉산드리아까지 가는 일정은 내 관심을 끌지는 못 했다. 원래 우리가 예약했던 상품은 알렉산드리아가 아닌 멤피스를 가는 일정이었다. 멤피스는 고대 이집트의 수도로 피라미드 초기 버전인 조세르의 피라미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 외 유물들도 있어서 오히려 이곳을 갔다면 마지막으로 고대 이집트에 대해 상기하고 귀국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상품이 바뀌면서 그 기회는 날아갔다. 그래도 막상 도착해서 맑은 지중해를 보니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먼저 들린 곳은 과거 파로스 등대가 있던 곳이다. 지금은 요새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요새에서 내려다보는 바다가 그나마 파로스를 못 보는 헛헛함을 채워졌다. 점심을 먹고 새로 만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은 생각보다 꽤 컸다. 공부하는 현지 학생들도 보였고 서고에는 세계 각국의 책들이 있었다. 


알렉산드리아도 카이로에서 2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스케줄 상 그렇게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패키지여행이 장점도 많지만 스폿마다 찍고 다니기 때문에 한 장소에 오래 있을 수 없다는 큰 단점이 있기에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조금은 아쉽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은 귀국을 하는 날이라 숙소에서 짐을 정리해야 했다. 이집트에서 산 기념품과 메모리카드를 정리하면서 지난 7일간의 여행 일정을 정리했다. 다들 그랬다. 이집트는 살면서 한 번은 가봐야 한다고. 긴 시간은 아니지만 잠깐이나마 경험해 본 이집트는 정말로 한 번은 와봐야 하는 곳인 것을 실감했다. 


이제 진짜 이집트와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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