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는 약 5년 전 아프리카를 가기 위해 경유할 때 시티투어와 사막투어를 신청해 1박 2일 동안 짧게 둘러본 경험이 있다. 두바이는 나에게 있어 경유지로서만 존재하던 도시였는데, 이번에는 경유지가 아닌 여행지로서 두바이를 느끼기 위해 비수기인 8월에 떠났다.
두바이가 8월에 비수기인 이유는 딱 하나다. 여름에 두바이는 정말 덥다. 사실 덥다는 표현보다는 뜨겁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실제로 팜 주메이라 야외 전망대를 갔을 때 햇볕아래 5분도 서 있기 힘들었다. 왜 두바이를 겨울에 가라고 하는지 절실하게 느꼈다. 좀 더 쾌적하게 두바이를 즐기시기 위해선 겨울에 가는 걸 추천한다.
이번 여행이 조금 특별한 이유는 두바이의 메트로와 트램을 타고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뭐가 그렇게 특별한가 싶지만, 두바이의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메트로와 바닥에 붙어서 다니는 트램은 두바이를 좀 더 가깝게 볼 수 있게 해 준 훌륭한 안내자였다. 특히나 트램은 시선의 위치가 높지 않고 낮아서 인지 창 밖 풍경이 조금 더 특별했다. 이번 두바이를 여행하면서 느낀 걸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연결"이다.
두바이는 "연결의 도시"이다.
'연결'이란 단어는 두바이몰 역에서 두바이몰까지 걸어갈 때 갑자기 떠올랐다. 두바이몰 역에서 두바이몰까지는 걸어서 약 15분 거리이다. 두바이 메트로 역이 특이한 건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주변 핵심 건물이나 호텔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치 비행기를 탈 때 승강장에서 비행기까지 건너갈 때 진가가는 브리지로 연결되어 있어 뜨거운 햇볕이 있는 밖으로 안 나가도 된다. 두바이 메트로는 지하가 아닌 약 5층 높이에서 다니기 때문에 브리지는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인상 깊었던 두바이 몰까지 가는 브리지도 두바이몰만 연결되는 게 아니라 주변 호텔과 빌딩과도 중간중간 연결되어 있었다. 연결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두바이의 다른 연결들로 생각이 이어졌다.
먼저 공간의 연결 역할을 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브리지로 역과 건물을 연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유럽과 아프리카를 갈 때 경유지로서 대륙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두바이를 거쳐간다. 그야말로 세계 여행의 중요한 허브역할을 하고 있다. 두바이를 비롯한 아랍에미레이트는 이슬람국가이다. 왕이 있고 국가 법률보다 율법이 더 중요시 켜져 지는 곳이다. 하지만 두바이는 좀 더 유연한 정책을 펼치고 있고, 자유로운 복장의 사람들과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있어 이슬람 국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어쩌면 두바이는 이슬람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바이의 가장 중요한 핵심 연결은 시간의 연결이다.
두바이는 원래 척박한 사막에 잇던 작은 어촌이었던 도시였기 때문에 사막이 주는 척박함을 알고 있는 도시이다. 두바이 개발의 첫 시작은 원유로 시작했지만,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일찌감치 탈 석유 정책을 펼치며 미래에 투자를 해왔다. 세계 가장 높은 부르즈할리파, 가장 큰 쇼핑몰 두바이몰, 최초의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 그리고 최대의 인공섬 팜주메이라 등 두바이에서 높은 빌딩과 거대한 쇼핑몰 그리고 다양한 문화 시설들을 볼 수 있는 건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 덕분일 것이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 덕분에 현재 아랍에미레이트를 이끄는 선두 주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두바이를 수도로 많이 알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지 않을까?
두바이가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건 이번에 방문한 미래 박물관을 통해서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두바이가 추구하고 있는 미래는 유전공학, 기계공학 등 다양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우주 정거장에 대한 청사진이었다. 미래 박물관에 입장하면 두바이에서 우주선을 타고 우주 정거장까지 가는 콘셉트로 관람이 시작된다. 미래 박물관 첫 번째 공간 관람이 끝나면 다시 우주선을 타고 두바이로 돌아오는 콘셉트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향후 두바이가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거점 도시로서의 위치를 미리 선점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미래를 향한 빠른 발걸음에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것도 잊지는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두바이 프레임일 것이다. 두바이 프레임은 큰 액자 모양의 전망대인데 한쪽은 구시가지로 옛 두바이를 볼 수 있고 반대쪽은 새로운 두바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두바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해 주는 상징인 것이다. 두바이의 옛 모습을 조성해 놓은 곳으로 알시프 역사지구가 있다. 이곳의 가장 유명한 사진 스폿은 스타벅스이다. 두바이의 전통 가옥은 모래와 조개가루를 섞어 만들었는데 전통 가옥에 스타벅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한옥에 있는 스타벅스라고 할까? 과거와 현재의 만남은 언제 봐도 재미있다. 게다가 바닷물을 끌어 들어 만든 운하를 운행하는 두바이 전통배인 아브라는 여전히 현대인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활약하고 있다. 금과 향신료를 판매하는 전통시장인 수크는 여전히 많은 손님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 때문인지 두바이의 미래를 향한 속도는 무척 빠르게 느껴졌다. 5년 전 보면서 새롭고 신기하다고 느낀 것들이 이번에는 옛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메트로를 타고 두바이 시내 외곽으로 가니 여전히 개발은 진행 중이었다. 5년 뒤 다시 두바이를 온다면 두바이는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의 도시가 되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앞으로 두바이가 연결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