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의 또 다른 말은 기약이랄까?
퇴사 후 여행을 하면 가장 유리한 건 성수기 때보다는 조금 더 싸게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지역을 즐기기 가장 좋기에 성수기겠지만, 예산을 아끼며 여행을 해야 하기에 비수기에 여행을 가곤 했다. 푸꾸옥도 마찬가지이다. 어찌 보면 우기이자 방학이 끝난 시기인 비수기에 맞춰 다녀왔으니 말이다.
동남아는 우기라도 밤에 비가 오거나 잠깐 강하게 오고 그쳐 여행하기에 크게 불편하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큰 고민 없이 싼 가격에 이끌려 우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푸꾸옥은 예상과 달리 도착한 날부터 비가 내렸다. 그것도 그냥 내린 게 아니라 강한 바람을 동반해 비가 옆으로 와 밖을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 여행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휴식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비 덕분에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틀 동안 리조트 셔틀을 타고 시내 식당에서 현지식을 배불리 먹거나, 마트에서 사 온 간식들을 방에서 먹으며 에어컨 바람의 시원함을 즐겼다. 여행을 가서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잠시 접고 오롯이 당장의 안락함을 즐겼다.
푸꾸옥에 도착한 지 삼일 째 되는 날 드디어 비가 그쳤다. 비가 그치자 조금 더 리조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수영장도 즐기고 풀바에서 코코넛 주스도 즐겼지만 리조트에서 가장 백미는 선셋 요가였다. 선셋 요가는 리조트에서 숙박객들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무료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리조트에서는 숙박객들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동안에는 리조트 밖을 여행하거나, 프로그램에 대해 큰 기대가 없었기에 무심코 지나쳤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휴식이 메인이었기에 리조트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기로 했다. 선셋 요가는 리조트 옥상 정원 한가운데서 진행됐다. 운이 좋았던 건지 우리 부부만 신청했기에 한 시간가량 온전히 요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비가 그쳤지만 구름은 많았기에 일몰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구름 사이로 붉은 하늘이 보였다. 친절한 요가 선생님 덕분에 선셋을 배경으로 멋진 커플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이번 푸꾸옥 여행 중 아쉬웠던 건 날씨가 아니었다. 날씨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였기 때문이다. 푸꾸옥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의지했다는 것이었다. 냐짱과 달랏을 갔을 때 야시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기에 푸꾸옥에 다른 관광지는 안 가도 야시장은 가기로 마음먹었었다. 푸꾸옥을 가기 전 여러 정보를 찾아본 결과 야시장에서는 30분 정도만 머물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마사지샵을 갈 때 잠깐 들를 요량으로 마사지숍 시간을 예약했다. 하지만 야시장에서의 30분이란 시간이 가장 아쉽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야시장은 다른 사람들의 평과는 달리 꽤 깔끔했고 볼거리도 많았다. 오히려 냐짱과 달랏의 야시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여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결국은 야시장을 다 보지 못하고 예약한 마사지숍으로 가야만 했다.
여행을 하기 전 좀 더 즐기기 위해 많은 정보를 찾아보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의 정보 덕분에 대부분은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블로그를 쓰는 개개인의 성향과 취향이 다른 만큼 각자 겪는 느낌은 다르다는 걸 이번에는 간과했다. 이번에는 너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기에 야시장에 대한 편견이 생긴 것이다. 여행을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직접 가보기 전에 편견부터 가지는 것이란 걸 이번 여행에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다음날 출국이기에 이미 지나친 야시장은 다시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여행이든 조금씩 아쉬움이 남기 마련 아니겠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아쉬움은 여행을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하게 해 준다. 게다가 아쉬움을 해결하고자 다음에 다시 갈 수 있는 훌륭한 핑곗거리를 만들어준다.
베트남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푸꾸옥은 베트남의 다른 지역에 비해 오토바이 비율이 적었다. 그로 인해 걸어 다닐 때 매연으로 고생하지 않아도 돼 좋았다. 섬이라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어딜 가도 멋진 해변을 만날 수 있는 푸꾸옥은 야시장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도 다시 한번 꼭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