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는 오늘도 점심을 먹고 낮잠에 들었다. 잠시 후 어디선가 연기 냄새가 났다. 그렇게 나쁜 냄새는 아니었다. 아마도 근처 어디선가 풀을 태우나 보다. 잠결에 ‘시골에서나 맡을 수 있는 고향의 냄새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잠시 후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의 집은 절대로 풀을 태우는 냄새를 맡을 수 없는 도심 한가운데였기 때문이다. 꿈을 꾸는 건가 잠깐 의심했지만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했다. 혼란 때문인지 민희는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머릿속이 복잡하던 찰나에 희미하게 먼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와는 달랐다. 좀 더 눈에 집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희미하던 게 형체를 갖춰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민희는 스스로를 응원했다. 그런데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었기에 겁이 났다. 현관문으로 신경을 돌리는 바람에 눈에 집중하던 긴장이 풀렸다. 현관문이 열렸다. 누군가 들어왔다. 민희는 병원에서 문성식이 자기를 찾아왔던 순간이 떠올라 주저앉았다.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민희의 입에 무엇인가를 댔다. 그러지 민희는 다시 잠들었다.
민희는 거실 소파 위에서 잠에서 깼다. 기억이 희미해 좀 전 일이 실제인지 꿈인지 헷갈렸다. 무엇보다 확실한 건 지금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겁에 질린 민희는 소파 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민희는 이번에는 침실로 도망가서 침실 문을 잠갔다. 현관문이 열리고 침실 쪽으로 오는 소리가 났다. 민희는 다급히 핸드폰을 찾았지만 주머니에 없었다. 그 순간 의문의 발자국은 침실 문 밖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침실 문을 열려고 했다. 그리고는
「민희 씨 무슨 일이에요?」
민혁의 목소리였다. 민희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문을 열고 민혁에게 안겼다.
놀란 민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 있었어요?」
「누군가 집 문을 열고 들어왔었어요. 그리고는 내 입을 헝겊으로 막았어요.」
「집에 침입 흔적 같은 건 없었어요. 혹시 꿈꾼 거 아니에요?」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했다고요. 그리고 희미하게 앞도 보였어요.」
「지금은 앞이 보여요?」
「아뇨 안 보여요.」
「거 봐요. 아마 꿈이었을 거예요. 혹시 앞이 안 보이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있어요?」
「꿈이라고요?」
민희는 이번만큼은 민혁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시력이 돌아왔는데 그게 꿈이라니 하지만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고 민혁의 말대로 집에 누군가 들어온 흔적이 없다면 그건 일어나지 않은 일이란 것이다. 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현실감이 있었다. 약에 취했다고 하더라도 꿈과 현실은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민하고 있는 민희를 민혁은 다독였다.
「미안해요. 내가 더 옆에서 챙겨야 하는데. 시력은 곧 돌아올 테니까 날 믿고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나도 미안해요. 신경 안 쓰려고 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네요.」
그녀는 일단 생각할 시간을 조금 벌어놓기로 했다. 더 이상 오늘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음날도 민희는 아침을 먹고 약을 먹었다. 약을 입에 넣는 순간 몇 개가 싱크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약을 줍지 않고 물을 틀어 흘려보냈다. 그리고는 침실로 돌아가 누웠다. 그녀에게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누워서 눈을 감은 채 최대한 생각에 집중했다. 어제 분명히 풀을 태우는 냄새를 맡았다. 도심 한가운데서는 맡을 수 없는 그 냄새를 말이다. 그렇다는 건 여기는 도시가 아니다. 하지만 가구나 침대 집 가구 배치 등은 자신에게 너무나 익숙한 물건과 배치였다. 그렇지만 민희는 자신의 감을 믿기로 했다. 누운 채로 천천히 눈을 떠봤다. 어제와 비슷했다. 앞이 희미하게 뭔가 보였다. 눈에 집중을 했다.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천장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면 보던 천장이 아니었다. 층고도 조금 높았다. 민희는 확신했다.
여기는 그녀의 집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