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면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여행이었다. 아무래도 시간 제약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동안 갈 수 없었던 먼 지역 위주로 계획을 짰다. 하지만 시간에 제약은 없어졌지만 대신 돈에 제약이 생겼다. 수입이 없다 보니 여행에 쓸 수 있는 예산이 한정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행 방법 및 여행 국가 수를 조정해야 했다. 그럼에도 바꾸지 않은 계획은 바로 해외에서 한 달 살기였다. 자연인 신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계획은 발리였다. 당시 부모님과 호주 캠핑카 여행을 준비했기 때문에 호주와 가까운 발리에서 한 달 살기를 한 뒤 호주로 넘어가면 경비를 아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호주 캠핑 여행이 어려워져 발리에서 동남아 쪽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가 한 달 살기 위한 나라를 정하는데 우선순위는 일단 기후였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겨울이 일찍 오기 때문에 따뜻한 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꾼 국가는 태국이었다. 한 달 살기 위한 나라로 인기가 많아 정보가 많았고, 관광이나 교통 등 인프라도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국 물가가 예전만큼 마냥 싼 건 아니었다. 게다가 방콕에서 관광을 위해 다른 도시를 가려면 비행기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조금은 더 싼 곳을 찾아봤다. 그러다 관심이 간 곳이 베트남이었다. 기후도 따뜻하고 물가도 태국보다는 쌌다. 게다가 도심과 관광지가 가까워 택시나 버스로 여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최종적으로 정한 건 바로 베트남 남부 휴양도시인 나트랑이었다. 베트남은 다낭 두 번 퀴논 한번 총 세 번 가족과 함께 한 경험이 있었다. 세 번의 여행 다 만족스러웠는데 특히나 음식이 내 입맛에 맞았다. 숙소 근처 골목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간단히 먹더라도 맛있는 곳이 베트남이었다. 치안도 안전했기에 큰 부담도 없었다. 그리고 나트랑 한 도시에만 있는 건 비효율적인 것 같아서 버스로 갈 수 있는 곳 중 달랏에서 3박을 하고 오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의 베트남 한 달 살기 도시는 정해졌다. 도시를 정했으니 숙소를 정해야 했다. 애초에 비앤비를 이용해 한 달 살려고 했다. 비앤비는 한 달 계약을 하면 50% 할인을 해주는 곳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근 보름 정도는 비앤비 애플리케이션을 달고 살았던 것 같았다. 깨끗해야 하고 도심에 가까워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에 만족하는 숙소가 꽤 많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비앤비가 아닌 호텔과 리조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 테마 및 코스는 아내 생각에 많이 맞췄다. 사실 애초에 나는 푸꾸옥을 주장했지만 달랏으로 바뀐 것도 아내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이다. 애초에 나는 푸꾸옥을 주장했지만 나는 한 달 살기는 현지인처럼 한 달 동안 지내고 싶었다. 평소대로 늦잠도 자고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마켓에서 군것질하고 카페에 죽치고 앉아 글을 쓰는 여행을 생각했지만 아내는 베트남까지 가서 게으르게 지내고 싶지는 않다고 이야기했다. 강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거절할 수는 없는 이야기였기에 최대한 그녀의 여행 스타일에 맞추기로 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한 달 살기에 대한 생각은 조금 바뀌게 되었다. 한 달 살기의 목적은 현지인처럼 한 달을 살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현지인은 아니지 않은가? 생각해보니 나는 엄연히 여행객이다. 나에게 익숙한 여행은 현지인처럼 사는 것보단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머물며 관광을 하고 액티비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현지인과 여행객 그 중간 어디 즈음 신분으로 한 달을 보내와야 할 것 같다. 조금 부지런하게 호핑투어도 하고 액티비티도 하고 오겠지만 그래도 며칠은 아마 카페에서 죽치는 게으른 시간도 보낼 것이다.
도시와 숙소를 정하면 여행 준비는 끝이긴 하지만 베트남에서 한 달 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준비할 게 있다. 바로 비자. 대한민국 국민이 베트남을 15일 이내로 여행을 하려면 비자가 필요 없다. 하지만 우리는 15일을 넘기는 한 달 살기 아닌가? 비자가 필요하다. 비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뭐 대단한 건 아니다. 요즘 대행해서 해주는 업체도 많고 인터넷으로 E비자를 신청해서 받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싸고 간단한 E 비자를 신청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정보다. 감사하게도 인터넷에는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있다. 인터넷 카페에 가입을 한 뒤 후기들을 맛집과 관광지 그리고 이동 수단 등에 대해 즐겨찾기를 해놨다. 이제 오늘 드디어 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