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을 갈 때면 기대감보다는 긴장감이 늘 앞서는 것 같다. 사실 기대감은 공항 가는 버스에서 이미 사그라든다.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부터는 긴장감이 날 조종한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체크인이다. 하지만 셀프체크인 기계가 말썽이다. 모니터에는 완료됐다고 나오는데 표가 인쇄되지 않는다. 다른 기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여곡절 끝에 셀프가 아닌 카운터에서 해결했다. 베트남은 15일까지는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한 달이기 때문에 사전에 한 달짜리 단수 비자를 발급받았다. 덕분에 체크인할 때부터 뭔가 어수선하다. 비자 출력한 걸 보여달라, 리턴 티켓을 보여달라는 등 요구사항이 많다. 이럴 거면 괜히 한 달을 가나 생각까지 나올 정도이다. 어쨌든 무사히 체크인을 완료하고 종이로 출력된 티켓까지 손에 들어왔다. 가장 중요한 걸 처리했으니 다른 건 그냥 소소한 일들이다. 인터넷으로 미리 환전한 거 찾는 거량 한 달 쓸 유심을 수령하는 것 들이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늦출 수는 없다. 비행기가 딜레이 될 수도 있고, 갑자기 짐 때문에 날 찾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비행기는 제시간에 이륙했다. 이제 5시간 아무 생각 없이 잠만 자면 됐다. 비행기가 제시간에 아니 조금 더 빨리 공항에 도착했다.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한 달 살기를 하려면 일단은 무사히 입국을 해야 하는데 비자가 자꾸 걸린다. 비자 신청이 제대로 된 건가? 뭐가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하지?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비자 출력본, 리턴 티켓, 숙소 바우처까지 혹시도 모를 요구에 당황하지 않게 미리 다 들고 입국심사대로 향했다. 나의 노력이 무색하리만큼 출력한 비자만 보고 너무나도 쿨하게 입국도장을 찍어 주었고 무사히 입국했다. 하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미리 예약한 픽업차량이 제대로 왔는지, 숙소는 제대로 예약이 되어 있는지 마지막 큰 산이 남았기 때문이다. 새벽 2시 나는 무사히 숙소에 입실했고 날 조정했던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행의 시작과 함께 스크레스를 주는 긴장감과는 별개로 간혹 여행이 주는 뜻밖에 행운들이 있다. 그런 행운 운들이 있어 그나마 여행의 즐거움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 같다. 제시간에 비행기가 이륙하고 조금 빨리 도착한 거, 비행기에 사람이 없어서 넓게 좌석을 활용한거, 공항에서 우리의 짐이 제일 빨리 나온 거 그리고 우리가 길게 묵는다고 특별히 큰 방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준 호텔의 서비스하며 기대하지 않았던 조식이 생각보다 괜찮은 것들이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얻은 행운이자 즐거움이다. 하지만 가장 큰 행운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퇴사라는 선택을 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행운이다. 행운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흔히 '로또에 당첨되는 방법은 일단 로또를 사는 것이다'라고 한다. 나는 그 말에 크게 공감한다. 자신이 무엇인가 선택을 했거나 실행에 옮겼기 때문에 그 행운도 따라온 것이다. 나는 퇴사를 선택해서 얻은 이 행운을 한 달간 잘 즐길 것이다. 이제 진짜 여행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