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때? 시간 많은데

by Bullee

나트랑에서 실질적으로 첫째 날이다. 어제는 신장감이 채 해소되지 않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피곤했지만, 조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눈이 채 떠지지도 않은 채 내려간 식당은 너무나 한산했다. 게다가 운동복을 입고 식당에 들어온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호텔에서 워크숍이 있었는지 말끔하게 입은 현지인들이 대부분 조식을 먹고 있었다. 누가 봐도 자다 방금 나온 차림의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난 현지인이 아닌 관광객 아니겠는가? 게다가 그들이 뭐라고 해도 난 이해하지 못하는 장점이 있었기에 당당히 테이블 한 자리를 차지했다. 얼음을 담은 베트남식 커피는 진하고 시원했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오믈렛까지 있으니 완벽한 조식이었다. 베트남 한 달 살기의 첫 숙소는 시내 가성비 좋은 호텔로 예약을 했다. 이 호텔에서 15일을 머물며 현지에 적응도 하고 액티비티하고 최대한 밖에서 놀 요량으로 싼 곳을 예약했다. 그래서 조식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업그레이드해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룸 컨디션도 좋고 풍경도 좋고 조식까지 좋았다. 게다가 깨끗한 수영장까지 있을 건 다 있는 호텔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숙소인데 예상외로 좋으니 남들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침을 배부르게 해결하니 제일 큰 고민을 해결해야 했다. 그 고민은 '오늘 하루 뭐하지?' 일단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은 있었다. 할인 카드 발급받아야 했고, 환전도 해야 했다. 게다가 오늘 점심과 저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지도를 보면서 동선을 짜 보고 고민했지만 현지 지리도 모르고 분위기도 모랐기에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제일 우선 적으로 해야 할 것 하나를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곳에 가서 냐짱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카드를 발급받았다. 발급받는 동안 지도를 보니 마침 평이 좋은 환전소가 근처에 있었다. 그럼 다음 코스는 환전소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많다 보니 밥 또는 커피라도 마시려면 현지 화폐가 필요했었다.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고 나니 조금 더웠다. 그럼 시원한 카페 가서 커피라도 마실까?라는 생각에 걸어서 5분 거리 카페에 가서 미리 받아온 쿠폰을 써 커피를 마셨다. 편한 의자에 앉아 시원해지니 다음에 고민은 식사였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기에 뭐라도 먹어야 했다. 무작정 구글을 켜고 평점 위주로 주변 맛집을 검색해본다. 알고 보니 바로 옆 집이 맛집이네? 옆 집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해결하니 저녁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러면 숙소에 가서 쉬고 일찍 자면 저녁 고민을 안 해도 되는 거네?라는 생각에 오늘 하루 일정을 일찍 마쳤다. 물론 매일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숙소에 들어와서는 열심히 맛집을 검색하고 마시지 숍도 검색하고 대형마트에 다녀오는 동선도 다 짜 놨다. 하지만 오늘은 여독이 아직 덜 풀린 귀찮음의 날이었기에 가능한 일정이었다. 지금도 옆에서는 인터넷에 나온 맛집을 가고 관광 코스도 계획을 짜고 있지만 뭐 어떤가? 천천히 다 가보면 되지. 어차피 우리는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은가? 계획 없이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는 재미를 좀 더 누려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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