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여행가

by Bullee

오늘은 걸어서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시내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이미 수집하고 동선까지 짜 놓은 아내의 의지에 따라 시내에서 점심을 해결할 겸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구글로 검색한 오늘의 동선이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맛집인 촌촌킴에서 점심을 먹고 나트랑 대성당과 롱선사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롯데마트를 가는 동선이다. 밥 보다 간식을 더 좋아하는 아내에게는 관광지보다 롯데마트가 제일가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흐린 날씨라 해가 나오지 않는 날이라 그다지 덥지 않았다. 게다가 시내가 그다지 큰 건 아니라서 걷기에 무리가 없어 보여 걸어서 다녔다. 걸어 다녀 본 결과 권하고 싶지 않다. 우선 인도는 대부분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쓰고 있어 차도로 자주 내려와서 걸어야 했다. 두 번째는 신호등이 없어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뚫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제일 큰 어려움은 바로 매연이다. 작은 골목길을 다닐 때는 크게 못 느꼈는데 큰길 쪽으로 걸어보니 매연이 심해 걸어 다닐 수가 없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숙소에 올 때는 택시를 탔는데 거리가 멀어서가 아니라 매연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점심을 든든히 먹고 나트랑 대성당과 롱선사를 거쳐 롯데마트에 갔다.. 나트랑 대성당은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관람했고, 롱선사도 언덕 위까지는 올라가지 않았다. 성당은 입장료 명목으로 기부금을 내는 게 싫어서 안 들어갔고, 롱선사 좌불이 있는 언덕은 올라가는 게 힘들다는 핑계를 댔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아마도 내가 게으른 여행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나 여행 때마다 메고 다녔던 카메라가 있었다면 고민 없이 다 둘러봤을 것이다. 멋진 사진을 찍겠다는 목적 때문에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았다. 카메라가 무거워서 힘들기도 했지만, 카메라를 들고 오면 왠지 여행의 목적이 사진으로만 집중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손에 뭐가 있는지에 따라 여행의 목적이 결정되는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여행지를 즐기는 것보단 사진을 찍는 목적으로 다닌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물론 멋진 사진을 찍는 게 여행을 즐기는 한 방법이긴 하지만 너무 사진에만 치우쳐 오히려 여행을 못 즐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번에는 카메라 없이 다니니 왠지 주제가 없는 글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마도 곧 가벼운 여행에 적응하리라 생각한다. 게으른 여행가 모드도 크게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이전 03화뭐 어때? 시간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