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끝

by Bullee

어제까지 아내는 물갈이를 했다. 우리 둘 다 장이 튼튼한 편은 아니라서 해외 나가서는 최대한 음식을 조심스럽게 먹는다. 그래서 물갈이를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아내가 경험을 했다. 여행하면서 제일 중요한 건 날씨와 음식이다. 날씨는 여행의 기분을 좌지우지 하지만 음식은 몸의 컨디션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장기 여행일 경우에는 물갈이를 일찍 경험하는 게 오히려 좋다는 생각도 든다. 미리 여행지에 몸을 적응시키면 그 이후부터는 조금 더 편해지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아내가 나보다 더 먼저 이곳에 적응한 것이다. 퇴사를 하고 교외로 이사를 간 뒤 우리는 많이 싸웠다. 약 6개월 동안 싸운 횟수가 지난 10년 보다 더 많았으니 말이다. 나중에 지나고 나서 우리 둘 다 퇴사 후 삶에 적응을 못해서 부침이 많았던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퇴사 후 삶에 대해 각자가 세운 계획도 있겠지만, 상대방에서 기대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각자의 생각대로 사는 건 문제없는데 상대방이 내 기대대로 안 하니까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서로에게 예민해진 것이다. 가뜩이나 24시간 붙어서 지내서 부딪칠 일이 많은데 거기에 예민하기까지 했으니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나 마찬가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퇴사 후 삶에 대한 물갈이를 한 것 같다. 낯선 하루 낯선 공간 낯선 일상에 대한 물갈이를 말이다. 다행인 건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것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대화를 많이 한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집에서는 딱히 대화할 일이 없다. 하루 일과 패턴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크게 결정할 것도 없고 의견 조율할 것도 없기 때문에 말이다. (쓰고 보니 그 와중에 어떻게 그렇게 많이 싸운 건지;;;) 하지만 여행이나 등산을 하면서는 서로 많은 말을 하게 된다. 일정, 예산, 느끼는 감정 등 사소한 것까지 이야기하게 된다. 그게 여행의 힘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여행에서 마찰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낯섦이 주는 분위기로 넘어가거나 여행이 주는 힘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여행 덕분에 퇴사 후 삶에 대한 물갈이는 어찌어찌 잘 넘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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