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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식 Aug 05. 2018

교장의 왕국, 학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은 스스로를 ‘교육주체’라고 규정한다. 

때문에 노동조합의 명칭을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아니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라고 명명했다. 이 자기 규정은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주체’이기에 차별 없는 처우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아이들을 중심에 둔 교육적 책임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난 그래야만 본연의 ‘교육주체’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커가는 요즘, 학교나 교육관련 서적을 조금씩 읽고 있다.


30년 교단생활을 지켜온 한 교사의 저서 <학교를 말한다>에서는 조금 단순화시키자면 교사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 교육자의 소명을 포기하면서까지 승진을 쫓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로 나눈다. 

이렇듯 교사집단의 상당부분은 승진문화가 지배하는데, 학생을 뒤로하고 오르는 승진의 봉우리 중 하나가 교장이고 학교는 교장 중심의 권위주의가 팽배한 곳이다. 

그리고 씁쓸하게도 교사가 승진의 길로 접어든 순간 교육자의 길음 멈추고, 교장자격증을 획득하는 과정은 교육자다운 자질을 내팽개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만큼 승진과 서열 문화는 교육현장을 파괴해왔다는 것이다.   

  

 

그런 교장들 상당수가 내부공모형(경력자 선출방식) 교장이 아니라, 초빙형(자격증 중심) 교장인데, 보수적 관변단체의 성격을 갖는 교총 출신이 100%를 차지한다고 한다. 

또한 교장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경력점수, 연수점수와 농어촌 점수, 학교장이 주는 근무평가 점수 등이 필요한데, 농어촌 점수라는 게 흥미롭다. 

지역 토박이가 다된 푸근한 교사나 교육적 신념과 열정으로 가득한 젊은 교사가 땀 흘리는 산골학교는 영화다. 현실에선 교장 자격점수(농어촌 점수)를 탐내는 교사들이 산골학교를 거쳐 간다고 한다.        


학교는 교장의 왕국이다.

교육청은 책임지기 싫으면 학교장 재량(맘대로)이라는 방식을 취하기 일쑤다.

반면 교육선진국의 교장은 수업과 행정, 나아가 직접 학생들 관리까지 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학생들과 부모들이 교장실에서 상담하는 모습을 외국영화에서 종종 본다. 

그렇듯 교육선진국의 교장들은 지배자가 아니라 격무에 시달리는 교육행정가에 가깝다.

그래서 월급도 교사들보다 두 배나 많다. 한국도 교장의 월급은 훨씬 많다. 

그러나 그 이유는 격무에 대한 대가는 분명히 아니다.

그럼에도 퇴직 후에도 교장선생님, 죽을 때까지 교장선생님 .... 

왕의 휘장이 자랑스러울 시대는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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