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파악, 적극적 듣기, 공통점을 강조하라
산인건설의 매각, 이커머스 진출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9만 9천 원으로 떨어졌다. 이 상태가 4주간 이어지면 산인그룹은 사모엘펀드에 넘어간다. 윤주노는 주가 회복을 위해 계열사 ‘윈드’(자전거 제조업, 대표: 박래경)를 4주 안에 상장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레저산업의 붐으로 자전거를 타는 인구는 늘었으나, ‘윈드’의 매출은 감소했다. ‘윈드’는 주로 카본 프레임의 자전거를 생산하는데, 매출이 가장 높은 모델의 가격은 500만 원. 이를 400만 원대로 낮춰 매출을 올린 후 상장한다는 것이다. 자전거는 프레임도 중요하지만 기어가 핵심인데, 윈드는 ‘시미즈’로부터 독점으로 공급받는다. 기어를 저렴하게 사와야 주력 상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에 윤주노 팀장을 비롯한 M&A팀원은 ‘시미즈’ 본점이 있는 시즈오카로 향한다.
시미즈에서는 요시다(영업부장), 나이토(공장장)가 자전거 기어 공급계약을 위한 협상장에 나왔다. 시미즈는 납품 물량에 따른 할인율을 적용해 가격을 제시한다. M&A팀은 먼저 주문한 1천 개를 포함해 9천 개를 추가 주문하면서 40% 할인을 받고 싶다. 시미즈는 주문량을 맞출 수 있지만, 추가 주문 시 할인율을 적용할 ‘매뉴얼’이 없다며 제안을 거절한다.
협상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기준, 기대치 등에 관한 정보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약점이 알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때때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신속한 협상 타결을 위해 ‘절대적 한계’까지 몰리게 되면, 상대는 꽤 정확한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된다. 시미즈는 매출액을 올려야 하고, M&A팀도 기어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들에게는 ‘일정한 시한’이 있다. 시미즈는 매출액을 마감하는 시점이고, M&A팀은 4주 내에 윈드를 상장해야 한다. 최진수와 히로시를 만나 저녁을 먹으며, ‘시미즈의 속사정을 알게 된다. 시즈오카는 인구가 줄고 있어 ‘시미즈’도 본점을 도쿄로 옮기려는데, 요시다 영업부장도 도쿄로 가고 싶지만, 매출 실적이 부진해 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윤주노는 요시다와 만나 조건을 협의하려 한다. 요시다는 전통 찻집으로 윤주노를 초대한다. 윤주노는 자신들이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사과한다. 그러면서 찻집 점원이 따라준 차를 ‘いただきます(맛있게 먹겠습니다)’고 말한 뒤, 세 번에 나누어 차를 마신다. 요시다는 이런 윤주노의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는 모양새다.
협상하다 보면 긴장 상태는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그래서 협상가들은 긴장감이 심해지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고 이를 처리하거나 줄이는 방법까지도 알아야 한다. 상대를 웃기기나 재미난 말, 농담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상대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하면 협상을 더욱 차분하게 만들 수 있다. 윤주노는 유머 보다는 일본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모습을 요시다에게 보여준다. 비로소 요시다는 긴장을 풀고 윤주노의 제안을 들을 수 있다.
윤주노는 차를 마신 후, 기존 주문량 1천 개를 취소하고, 1만 1개를 주문하면서 50% 할인을 받되, 계약금의 20%를 이번 달 안에 지급하기로 한다. 이렇게 되면 ‘윈드’는 기어를 싸게 살 수 있고, 요시다 부장도 실적을 채워 도쿄에서 일할 수 있다.
계약하기로 한 날. 요시다 부장은 계약서에 서명한다. 계약서를 검토하던 나이토 공장장. 계약서에 ‘윈드’의 대표가 ‘박래경’임을 확인한다. 그러면서 ‘윈드가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임을 알고는 공급계약 체결을 거부한다. 그 이유는 ‘윈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즉, 먼저 주문한 1천 개를 취소하면 또 계약을 변경할 수 있고, ‘한번 약속을 어기면, 또 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미즈 정책상 공급 수량의 변경은 나이토 공장장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대로 협상은 불발하는 것인가?
M&A팀원들은 나이토를 만나려고 시미즈 공장으로 향하는 택시를 탄다. 택시 기사로부터 시미즈 공장은 100년도 넘었고, 나이토 선친도 공장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장에 도착한 M&A팀원들을 보자 나이토는 ‘약속도 없이 찾아왔다며 돌아가라’고 한다. 그때, 윤주노는 공장에 걸려있던, ‘온고지신’ 액자를 발견하곤, 박래경 대표를 만나 나이토에게 전해줄 편지와 30년 전 박래경 대표와 나이토 선친이 함께 찍은 사진을 가져온다.
윤주노 : 먼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나이토상께서 저희와 계약하고 싶지 않으신 거는 계약서에 박래경의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인가요?
윤주노 : 이전 계약서들은 물량의 수정이 없었기 때문에 나이토상께서 박래경의 이름을 볼 일이 없었지만 이번 만큼은 결제가 필요한 사람으로 참여하였고 박래경의 이름을 발견했다 아닌가요?
나이토 :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윤주노 : 박래경 대표가 과거에 다이치라는 양궁을 만드는 회사를 인수하였고 때문에 세계 1위 기업이었던 다이치는 사라졌으니까요.
나이토 : 그만 하세요!
협상 과정에서 상호 간 생긴 오해는 갈등을 고조시킨다. 그래서 협상가는 서로가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의 실체에 더욱 관심을 두어야 하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윤주노는 나이토가 계약하지 않은 이유가 박래경의 이름 때문인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박래경 대표의 다이치를 인수한 후 다이치가 사라진 것임을 확인시킨다. 불편하더라도 상대방의 뜻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윤주노 : 드릴 게 있습니다. 계약서는 아닙니다만 약속에 관한 것이긴 합니다. (나이토에게 봉투를 전한다)
윤주노 : 나이토상의 아버지와 윈드 박래경 대표의 30년 전 모습입니다. 당시 나이토상의 아버지께서는 다이치를 박래경 대표에게 매각하면서 본인이 직접 그린 양궁 설계도를 선물하셨습니다.
윤주노 : 최고의 양궁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과 함께요.
윤주노 : 박래경 대표도 부친께 표어를 선물하였고요. 그 뜻이 ‘온고지신’
나이토 : 이건... 우리 아버지를 무시한 거 아닙니까? 옛것을 지킨다고 해 놓고 약속을 깨지 않았습니까?
윤주노 :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그래도 저 표를 걸어 놓으셨네요.
나이토 : 아버지가 당한 굴욕감을 잊지 않으려고요!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는 것과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문제의 내용과 중요성을 정확히 듣고 충분히 이해했다는 것을 상대가 알게 한다고 해서 동의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 기술을 ‘적극적인 듣기’라 한다. 이는 상대가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이토는 박래경 때문에 다이치가 사라졌고, 이는 아버지를 무시한 것이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윤주노는 ‘그게 아닌데요. 당신이 오해한 것입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셨군요’라며 나이토의 마음을 헤아린다.
윤주노 : (온고지신) 그것은 나이토상의 아버지께서 요청하신 말이었습니다.
윤주노 : 아마도 부친께서는 자신의 대를 이어가기를 바라는 동시에 자신만의 길을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윤주노 : 박래경 대표께서 나이토상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윈드 박래경입니다. 제가 다이츠를 인수할 때 아버님께서 저에게 최고의 양궁을 만들어 달라며 직접 그리신 설계도를 주셨습니다. 그때 양궁과 지금의 양궁은 다른 것입니다만 좋은 양궁을 만들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윈드는 다이치를 없앤 게 아닙니다. 윈드는 나이토상 아버지의 장인 정신을 이어온 유일한 회삽니다. 그리고 온고지신 그 표현은 부친께서 나이토상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나이토상은 아버지의 바람대로 살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길도 응원하겠습니다. 박래경 드림
(나이토,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린다)
협상이 교착 상태라면 당사자는 서로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갈등이 고조된 상태에서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려면 감정을 다스리고, 비난을 삼가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다. 갈등이 심할 때 상대의 말을 경청하지 않으면 서로가 갖고 있는 공통점들을 깨닫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신뢰의 발전과 쟁점 해결 과정을 방해한다. 윤주노는 박래경이 나이토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온고지신의 의미’, ‘윈드는 나이토 아버지의 장인정신을 이어온 유일한 회사’임을 알게 한다. 이는 박래경 대표와 나이토 아버지의 가치가 동일한 것을 확인시킨 것이다.
윤주노는 시미즈의 정보 파악, ‘적극적 듣기’로 나이토의 감정 인정, ‘윈드’와의 공통점을 확인해 나이토의 마음을 돌리고, ‘윈드’의 박래경 대표의 위임을 받아 시미즈와 자전거 기어 납품 공급계약을 체결한다.
※ 참고자료 ‘협상의 기술’(Jtbc) 6화 <속마음>
※ 참고문헌 : 로이 J. 레위키 글·김성형 번역, 『최고의 협상』 p510~516